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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11. 2020

#19 세상의 중심, 울룰루(1)

시드니 여름방학 보내기

 시드니는 지금 어딜 가나 북적북적한 것이 거의 코로나 이전의 일상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시드니에서는 사람들과의 거리두기와 손소독제 사용은 강조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는 철저하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규모로 퍼지지 않는 것은 섬나라이다 보니 국경을 봉쇄하고 해외 입국자의 호텔 자가격리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코로나 검사도 많이 받는데 감기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만 병원을 갈 수 있다. 심지어 약국에서 콧물약을 살 때도, 결막염이 생겨서 안과를 가려고 해도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호주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가장 길고 뜨거운 홀리데이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 홀리데이를 앞두고 COVID-19로 몇 개월 동안 계속되었던 호주의 주간 봉쇄령이 해제되었다. 지역사회 감염이 몇 주째 발생하지 않기도 하였고 그동안의 봉쇄 조치로 경제가 많이 침체되었기에 호주 정부에서도 여름휴가철 이전에 봉쇄를 해제한 듯하다. 그리고 호주에 머무는 동안 곳곳을 다녀보려는 계획을 했던 우리 가족은 이것저것 따져보지도 않고 가장 먼저 봉쇄령을 해제한 주중 하나인 노던 테리토리의 울룰루행 비행기 티켓을 바로 구매하였다.           



여행 첫날 : 시드니 공항 에어즈락 공항 울룰루 선셋 투어          

 세상의 중심, 오스트레일리아의 한가운데 위치한 울룰루는 아웃백이라 불리는 건조한 내륙 사막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이다. 호주의 원주민인 애버리진이 신성시하는 성지라고 한다. 당연히 한여름을 향해가고 있는 12월은 울룰루 여행에 적당하지 않은 시기이다. 하지만 무슨 배짱인지 더운 거 삼일만 참아보자 하고 다짐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대신 울룰루에서 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킹스캐년은 포기하고 우리가 거의 하지 않는 투어 상품으로 여행을 준비하였다.    

 

 우리는 울룰루 지역에 거의 하나뿐인 듯한 리조트인 에어즈락 리조트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였는데 등급별로 몇 개의 숙소(호텔, 아파트먼트, 캠핑장 등)와 레스토랑, 카페, 슈퍼마켓, 여행사가 모두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항 픽업 서비스는 물론이고 투어를 할 때도 리조트 로비로 시간 맞춰 나가기만 하면 다 해결되어 정말 오랜만에 편안한 여행이었다. 우리가 여행 갔을 때는 관광객이 별로 없다 보니 레스토랑은 한두 곳만 운영하고 있었지만 슈퍼마켓에는 한국 라면이 여섯 종류 이상이나 판매하는 등 먹는 것에서는 크게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십 년 넘게 여기서 가이드를 했는데 이렇게 깨끗한 울룰루를 보는 것이 자신도 처음이라고 하니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게다가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까지는 며칠 동안 기온이 40도를 넘어갔는데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은 33도 정도로 오히려 일출과 일몰 중심의 투어를 하다 보니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끝없는 붉은 사막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에 작은 아이는 설레어서 여행 전날부터 어찌나 산만하고 성가시게 굴었는지 모른다. 에어즈락 공항을 향해 약 3시간 정도 날아가는 비행기는 코로나 이동제한이 해제된지 얼마 안된 사실을 보여주듯 반 정도는 좌석이 비어있었다. 정말 작은 규모의 에어즈락 공항에 도착하여 체온 측정을 하고 미리 준비한 NT주 방문을 위한 서류(COVID-19 관련)를 제출한 뒤 공항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리조트에 도착하였다. 뜨거운 한낮이었지만 너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던 터라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고 버스와 리조트 실내는 에어컨이 너무 강하여 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예약되어 있는 5시간짜리 울룰루 선셋 투어를 시작하였다.      


 울룰루 여행의 핵심은 해가 질 때 빛에 따라 울룰루의 색이 변하는 것을 감상하는 것이다. 오후 4시경에 출발하여 먼저 울룰루 트레킹을 하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아직 해가 뜨거워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서 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아이들은 잘 따라와 주었다. 얼마 전까지는 울룰루를 등반하는 것도 가능했었지만 지속적인 애버리진들의 등반자제 요청과 함께 다치는 사람도 많이 발생하고 환경도 오염되는 등 여러 문제로 현재는 등반이 금지되었다. 실제로 등반하던 곳을 보니 엄청나게 가파르고 위험해 보이던데 끈 하나에 의지하여 굳이 올라가고 오염시키는 행위를 해야했을까 싶기도 하다.      

가까이에서 보는 울룰루 _ 예전의 등반 흔적이 아직도 흉터처럼 남아있다

 파리와 사투를 벌이며 트레킹을 하고 나서 선셋을 잘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이동하였다. 사실 호주 파리는 나름 유명한 애들인데(물론 파리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멜버른의 그레이트 오션로드에서 엄청난 파리떼의 습격을 경험해 보았기에 그때보다는 객관적으로 덜했음에도 우리 큰아이는 결국 끈질긴 파리에 굴복하여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래도 일몰과 일출의 중요한 시점에는 파리가 점차 사라진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열댓 명 정도의 같이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은 사진 찍느라 바쁘고 가이드는 와인과 음료를 계속 따라주며 같이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를 나눠준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나름 긴 시간인데도 울룰루를 보며 앉아있자니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갈 수가 없었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회색과 갈색빛의 우중충한 울룰루는 잠시 구름이 걷힐 때면 붉은 햇빛에 의해 보랏빛으로 변하기도 하고 황금빛으로 빛나기도 하는데 계속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울룰루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선셋 투어 이후 밤하늘 별 보는 투어를 하나 더 예약했었는데 구름이 많은 날씨로 취소되어 아쉽기도 했지만 어쩌면 취소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만큼 우리 가족은 지쳐있었다. 시드니와 울룰루는 1시간 반의 시차가 있는데 새벽 6시부터 서두른 데다 평소보다 1시간 반을 더 활동하였기에 대충 룸서비스로 저녁을 때우고 머리가 닫자마자 잠들어버렸다.


뜨거운 햇볕과 파리떼와 싸우던 중 사막 도마뱀을 발견 _ 집을 지키는 것인지 사람을 보고 숨지도 않고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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