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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17. 2020

#20 세상의 중심, 울룰루(2)

시드니 여름방학 보내기


울룰루 둘째 날 : 카타추타 일출 투어 수영장 놀이와 낮잠 자기 Field of the light 투어  

   

 새벽 4시, 몹시 피곤한 어제였지만 시차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선라이즈 투어시간에 맞춰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의 투어는 우리 가족과 또 다른 4인 가족 이렇게 단출하게 8명이 떠났다. 새벽에 나와서 보니 투어 상품중 세그웨이를 타고 울룰루를 도는 상품이 제일 인기 있는 듯 젊은 사람들로 복잡 복잡하다. 살짝 부럽긴 했지만 우리는 패밀리투어이니 어쩔 수 없지.


 우선 정면에는 카타추타가 보이고 측면에는 저 멀리 아주 작게 보이는 울룰루와 그 옆에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동하였다. 카타추타 역시 새벽빛에 어둠이 걷히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싸늘한 사막의 새벽바람과 날이 환해지자 다시 활동하는 파리는 일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끔 방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활하고 웅장한 사막의 일출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 장관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카타츄타
멀리 보이는 울룰루와 떠오르는 태양

 8명의 투어 관광객이 느긋하게 카타츄타 일출을 감상할 동안 가이드는 분주하게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이동식 전기발전기를 이용하여 토스트를 굽고 뮤즐리와 우유, 주스만 있는 간단한 아침인데 사막바람을 타고 저 멀리까지 구수한 빵 냄새가 퍼져온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우리는 카타츄타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우리와 같이한 다른 호주 현지 가족은 십대 딸 두 명을 데리고 온 부부였는데 이 여자아이들이 어찌나 망아지처럼 마음껏 카타츄타를 뛰어다니는지 그 집 엄마의 잔소리와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나에게는 어쩐지 묘하게 위로가 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남편은 항상 나에게 밖에서 아이들 혼내지 말라고 이 곳 부모들은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 호주 아이들도 밖에서 부모에게 혼나기도 하고 호주 부모들이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모습도 종종 봤으며 식당이나 마트에서 울며 구르는 호주 아이들도 아주 드물지만 보긴 봤다. 예전에 어느 엄마가 아이의 엉덩이를 때렸다가 경찰이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다고 울면서 잘못했으니 아이를 돌려달라고 호주 뉴스에 나온 것도 본 적 있다. 신이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하려고 자식이란 존재를 내렸다고 하지 않던가. 기쁨만큼 인내도 필요한 것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란 것은 어느 나라 가정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여행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해버렸는데 그래서 어쨌든 결론은 우리 아이들과 이렇게 멋진 여행을 함께 하며 잊지 못할 광경을 함께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것이다.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카타츄타 계곡을 트레킹하고 숙소에 돌아오니 오전 9시 반이 다 되었다. 리조트에서는 투어를 마치고 오는 손님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늦게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꽤나 배가 고팠기에 엄청 과식을 하고 에버리진 전통문양으로 만든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둘러보고 수영장에서 놀고 그리고 낮잠을 자며 뜨거운 한낮을 느긋하게 보냈다. 사실 뜨거운 한낮에는 그다지 할 일이 없기도 하고 말이다.     

 

카타츄타 계곡과 사막에 비가 왔을 때만 피는 꽃


 해질 무렵 마지막 투어인 Field of the light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다. 어제와는 다른 각도에서 와인을 마시며 울룰루의 선셋을 볼 수 있었다. 어두워질 무렵 5만 개의 전구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자 칠흑 같은 사막에 수만 개의 빛만이 별처럼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그 빛 사이를 걷는데 참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든 신비로운 느낌이다. 이렇게 2박 3일의 울룰루 여행이 끝났고 울룰루는 정말 신비롭고 색다른 경험으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Field of the light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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