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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25. 2020

#21 코로나 3차 유행의 시작, 팜비치

 12월 16일경 이틀에 걸쳐 팜비치 지역을 중심으로 17명의 COVID-19 지역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불안의 시드니가 시작되었다. 원인은 공항 셔틀 벤 운전기사가 해외 항공기 승무원과 접촉하면서 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3일째 되는 날부터 호주의 다른 주들이 팜비치에서 맨리비치에 이르는 노던 비치 지역과 시드니 지역의 거주자 및 여행자들에 대한 주경계 이동제한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NSW주에서는 팜비치에서 맨리비치에 이르는 노던비치 지역을 다운 하였다. 멜버른을 중심으로 심각한 코로나 확산을 잠재운 지 얼마 안 된 빅토리아주는 바로 주경계를 막고 NSW주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해 14일 격리를 시작하였다.     

 우리는 연말 휴가기간을 맞이하여 바로 이틀 뒤에 브리즈번 여행을 떠나려고 계획하고 있다가 눈물을 머금고 모든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브리즈번에 가있는 동안 이 사태가 벌어졌다면 아이들과 고생했을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새롭게 확진자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루에 20~30명씩 확진자가 나오면서 총 160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였는데, 이것저것 고려하지 않고 바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는 호주의 결단력에 놀라울 다름이다.     


 락다운에 들어가 당장은 갈 수 없게 된 팜비치는 우리 가족이 지난 Term 3 봄방학 때  다녀왔던 곳이다. 정말 아름다운 바다였기에 다시 기억을 떠올려 본다.  



팜비치

 팜비치는 시드니 시티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작은 해변을 따라 걷다가 언덕같이 보이는 낮은 산을 잠시 오르면 오래된 등대와 함께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산을 오르는 중간에 뒤돌아보면 육지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 광경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다면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오는 곳이다. 우리가 간 날은 멀리 고래가 있다며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기도 했는데 그야말로 저 멀리에 있어서 내 눈에는 파도가 부서지는 하얀 거품으로밖에 안보였지만 말이다.      

팜비치 전망대에 오르는 길
Barrenjoey Lighthouse

 비치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도 있는데, 그 위치에 카페가 그 한 곳밖에 없어 그런지 대기 없이는 식사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이 카페 근처부터 시작되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브런치를 먹은 후 느긋하게 두세 시간 정도 트레킹 하며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왔는데, 돌아와서 보니 우리가 주차한 바로 앞에 주차요금 내는 표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보지 못하고 무료주차장이라 생각하고 주차했던 것을 깨닫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호주의 교통범칙금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서 한번 범칙금을 내고 나면 그 후유증으로 우울감이 며칠 간다. 호주에 와서 세 번 정도 범칙금을 냈는데 늦은 밤 버스전용 라인인 줄 모르고 들어갔다가, 속도 시속 10킬로미터 정도 초과, 시내 호텔 앞에 픽업하느라 잠시 정차 등의 사유였는데 기본적으로 330 호주달러(약 25만 원)의 청구서가 날아온다. 그런데 이 정도의 벌금은 아주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정도로 범칙금은 상당한 금액이다. 그리고 범칙금과는 별개로 벌점도 나와서 자짓 면허가 정지되기도 쉽다. 아무튼 이날은 아름다운 경치를 본 것뿐만 아니라 주차요금을 내지 않은 것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억수로 운이 좋은 날이었다.

The Boathouse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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