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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an 11. 2021

#22 이번 여름방학은 시드니 즐기기

다시 찾아간 넬슨 베이

 갑작스레 주간 이동이 봉쇄된 긴 여름방학, 다시 한번 시드니에 처음 온 여행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시드니를 즐겨보자.      


 넬슨 베이는 시드니의 3차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다녀왔다. 물론 작은아이의 학교가 방학하기 전이었지만 하루 결석 통지를 하고 다녀왔다. 한국에서는 체험학습 신청서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번거로움과 학교를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의 불편함을 가지고 가족여행을 가곤 했는데 호주에서는 아주 가볍게 학교 알림앱으로 가족여행 간다는 통보만 하면 결석하고 다녀올 수 있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 있듯이 호주에서는 정말 아이들이 다양한 사유로 학교를 결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결석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사실 이날 학교에서 우리나라의 종업식과 같은 행사가 있는 날이었기에 미리 알았다면 날짜를 피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작은 아이의 친한 친구도 이날 결석한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 친구의 결석 사유는 오빠의 생일이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음, 학교 행사보다 중요한 오빠의 생일날이다. 그리고 벌써 자체 방학에 들어간 아이들도 꽤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것으로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면 나는 인생을 즐길 줄 모르고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르는 답답한 동양 엄마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일찍 넬슨베이로 향하였다. 사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1박 2일의 여행에 온 힘을 다해 놀고 오게 되었다. 넬슨 베이는 시드니 북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반 정도 달리면 나오는 지역으로 한국 관광객들에게 포트스테판 모래썰매 타기와 돌고래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관광객들은 시드니에서 일일투어를 이용하여 많이 가는 곳 중 하나인데 우리는 초기 시드니에 왔을 때 한번 가서 아이들과 배멀미하며 돌고래를 보고 신나게 모래썰매를 탄 적이 있다. 아이들은 모래썰매 타러 다시 한번 놀러 가자고 종종 얘기했었기에 오랜만에 바람 쐴 겸 가기로 한 것이다.      


 모래썰매만 타면 일정이 너무 남을 것 같아 구글 검색하다가 오전에는 터보건 힐 파크에 들어갔다. 한 명당 4개의 탈것을 탈 수 있는 가족티켓을 구매하고 들어갔는데 이 유원지의 하이라이트는 ‘루지’라는 트랙에서 타는 놀이기구이다. 다소 유치한 수준의 유원지이지만 시드니에는 한국 같은 놀이동산이 없다 보니 아이들이 그동안 너무 굶주렸기에 정말 즐거워했다. 루지타고 아이들 잡겠다고 위험하게 브레이크도 안 잡고 타던 아빠가 작은 부상을 입긴 하였는데 지키고 서있던 안전 스텝들에게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며 또 즐겁다. 제발 우리 가족 어글리 코리안 되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마지막으로 트랙터 타고 이 유원지의 뒷동산을 한 바퀴 돌고 나왔다. 정말 조그만 유원지 같은 곳이라서 한두 시간 만에 구경하고 나올 줄 알았는데 웬걸 반나절이 다 흘러가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모래썰매 장소로 바쁘게 이동해야 했다.      


 모래썰매를 잘 즐기려면 살짝 비가 왔어서 모래에 습기가 좀 있고 날씨가 약간 흐린 날을 골라 가야 한다. 물론 매일 오락가락 일기예보가 바뀌는 시드니 날씨를 골라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운이 좋아 이런 날 가면 모래썰매가 더 신나게 내려가고 강렬한 호주 햇살을 좀 피할 수 있다. 호주에 놀러 왔던 지인은 햇볕 쨍쨍한 날에 갔다가 모래가 너무 뜨겁고 썰매를 탈 때 날리는 모래가 코와 입에 다 들어가 무슨 재미로 타는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갈 때마다 전날 비가 왔어서 모래썰매를 즐겁게 탈 수 있었다.     

 이 곳에 도착하면 몇몇 업체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업체를 이용해야 모래썰매를 탈 수 있는 장소로 이동이 가능하다. 해외입국을 막으면서 업체들은 관광객이 없어 너무 힘들다고 얘기한다. 4륜 구동차를 타고 사막 같은 모래 구덩이들을 넘어 달리는 재미도 있다. 우리가 이날 선택한 업체는 지난번 업체와는 달리 해변도 한 바퀴 돌아주었다. 중간에 내려서 해변의 조개 캐는 법을 알려줬는데 진짜 4~5cm는 될 조개들이 나와서 또 한바탕 모래를 열심히 파다가 이동하였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막상 모래언덕 위에 올라가면 그 경사도와 높이에 처음에는 내려가기 망설여질 정도이다. 어른들은 한번 타고나면 모래언덕을 다시 올라가는 것이 힘들어서 지쳐버리는데 역시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열심히 논다.      


 오후 5시가 다되어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였다. 호주 여기저기에 체인으로 운영되는 BIG4 holidays 중 한 곳인데 캠핑장으로 인기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수영장, 놀이터 등의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우리는 숙박시설과 같은 방갈로 캐빈을 빌렸는데 현지인들은 작은 화장실만 있는 공간을 빌려 본인의 캠핑카나 텐트를 치고 노는데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여가생활을 중요시하는 호주인들은 평소 뭘 하고 시간을 보낼까 싶었는데 여기저기 많은 캠핑장을 즐기고 요트를 차에 끌고 다니고 홈 파티하고 이런 것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지역이 넬슨 베이여서 그런지 오는 길에 집집마다 작은 요트들이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수영장으로 달려갔는데 물이 차갑다고 얼마 놀지 못하고 돌아왔다. 역시 현지 아이들은 추운 날씨여도 차가운 물에서 아주 잘 논다. 저녁을 사 먹으러 나가려고 했는데 남편은 숙소에 구비된 바비큐 도구들에 흥분해서 고기 구워 먹기를 강력 주장하였다. 사실 나는 이미 지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으나 남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또 근처 마트로 출동하였다. 어쨌든 이런 캠핑장에 앉아 분위기 있게 고기 구워 먹고 라면 끓여 먹으니 맛이 없을 수는 없구나.     


 다음 날 아침, 캠핑장과 근처 바닷가를 산책했다. 캠핑장 사무실에서는 향기 가득한 커피를 나눠주고 아이들은 캠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부모들은 캠핑카에서 아침부터 고기 굽느라 고기 냄새가 진동을 하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아침이다. 못 일어나는 아이들을 깨워서 집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있는 도시, 뉴캐슬에 들러 바다가 보이는 이층 카페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뉴캐슬은 잘 정돈된 옛날 느낌이 나는 깔끔한 도시였다. 남편은 뉴캐슬 바다를 한번 돌아보자고 하였으나 비도 오고 있었고 사실 뉴캐슬 바다나 우리 집 앞바다나, 그 바다가 그 바다처럼 보이고 이제 바다 사진이 너무 많아서 사진에 있는 바다가 어디 바다였는지도 의미 없어진 지경에 이르렀기에 매몰차게 거절하였다.

 

 이렇게 아이들과 잘 놀고 오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타국에서 뭔가 하나씩 잘 해내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한국을 못 가는 지금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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