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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Apr 22. 2021

#25 드디어 골드코스트

시드니에서 가을방학 보내기

 지난 12월 호주의 여름방학 때 우리 가족은 브리즈번 여행을 계획했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주경계가 봉쇄되어 여행 이틀 전에 취소하였었다. 그리고 이번 방학에 다시 브리즈번 여행 계획을 잡았다. 그동안 계속 지역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여행 가기 약 일주일 전에 브리즈번의 해외 감염자 치료 병원의 의료진이 감염되면서 첫날 2명, 다음날 8명, 감염자가 발생하자 브리즈번은 3일간의 락다운에 들어갔다.


 우리가 4월 1일에 여행을 출발하고자 했는데 3일간의 락다운이 끝나는 날이 바로 4월 1일이었고 락다운을 연장할지 안 할지 확신할 수가 없기에 여행을 또다시 취소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원래는 브리즈번과 모튼 아일랜드에서 이틀을 보내고 골드코스트로 내려올 계획이었는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브리즈번 숙소는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더 이상 지역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 락다운은 연장되지 않았으며, 골드코스트에 하루 더 머물기로 하고 예정보다 하루 늦게 출발하였다.     


 일단 여행이 완전히 무산되지 않아 즐거우면서도 불안스러운 마음으로 출발하였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우리가 머무는 기간 내내 일기예보가 비 오는 날씨인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양의 비가. 아무래도 우리 가족은 퀸즐랜드랑 뭔가 안 맞나 봐 라고 계속 중얼거리며 무거운 마음으로 약 9시간의 자동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1일 차 : 새벽 4출발 – 오후 도착  서퍼스 파라다이스 구경     


 우리는 새벽 4시에 잠든 아이들을 깨워 뒷좌석에서 다시 재우며 출발하였다. 호주에서의 자동차 여행은 멜버른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 당시 차에서 너무 힘들어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또 그때만큼의 거리를 달려가고 있다. 시드니에서 멜버른 가는 길은 그 당시 가뭄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황량하고 끝없이 펼쳐있는 직선도로였는데 골드코스트로 가는 길은 울창한 숲 사이로 달리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중간중간 휴게소에서 쉬며 오후에 골드코스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둘러본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회색 하늘 아래의 골드가 아닌 그레이 코스트였다. 반짝반짝한 골드코스트는 어디에 있는 걸까.      


 호주에서 바다를 너무 자주 봐서 해변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던 것인지 너무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 비치를 바라보는 감흥이 떨어진다. 오는 길에 중간에 잠시 쉴 겸 포트 맥쿼리의 해변도 둘러봤으나 쌀쌀한 아침 바람에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차로 뛰어 들어갔다. “본다이 비치랑 다를게 뭐가 있어. 맨날 보던 바다잖아!”라고 외치며.


 훨씬 더 길게 펼쳐진 본다이 비치 같은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골드코스트의 비치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9시간 달려온 우리를 냉대하는 듯한 강한 바람이 부는 어둡고 황량한 회색빛의 골드코스트에 여행 기분이 점점 가라앉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관광지의 번화가답게 번쩍번쩍한 서퍼스 파라다이스 근처의 즐비한 레스토랑과 펍, 그리고 주말이라서 열린듯한 비치 옆의 마켓을 구경하며 마음을 달래고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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