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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May 18. 2021

#27 드디어 골드코스트(3)

시드니 가을방학 보내기

3일 차 : Tamborine rain forest sky walk – Tamborine Gallery walk – Tamborine national park 폭포 - 골드코스트 아울렛


 가장 많은 양의 비가 예보된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 새벽에 혼자 먼저 일어난 남편은 혼자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로 산책을 나갔다가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홀딱 젖어 들어왔다. 계속 구글맵을 검색하다가 우리는 국립공원 지역인 템보린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혹시나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그냥 숲속 드라이브나 즐기고 오자는 마음으로 말이다.     


 먼저 Tamborine rain forest sky walk로 향하였다. 가족 입장권을 구매하는데 매표소 직원이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며 우리 보고 운이 좋다고 반은 위로 같고 반은 진심 같은 얘기를 해줬다. 초입 부분은 정말 열대우림 같은 숲 사이에 스카이 워크가 설치되어 있는데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게는 아찔하게 높은 높이였다. 하지만 나무들이 무척 키가 커서 스카이 워크 양옆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발아래만 보지 않는다면 내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잊을 수 있기에 건너갈 만했다. 산책로는 아주 인위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었고 비가 많이 오고 있지만 열대우림 같은 숲이 가려주어서 비도 거의 맞지 않았다. 옆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촉촉한 숲 속 공기는 상쾌했으며 빗물에 젖은 숲은 매표소 직원 말대로 정말 아름다웠다. 별로 힘 안 들이고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는 곳이라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하며 산책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근처에 있는 Tamborine Gallery walk로 향하였다. 이곳은 아기자기하게 이쁜 가게와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이다. 유리공예품을 파는 가게, 스위스의 시계를 파는 가게, 초콜릿 가게 등 건물도 특이하고 아기자기 이쁜 거리이다. 길가에 주차하고 두세 군데 가게를 구경하는데 비는 쏟아지고 가게에 사람은 많고 한 군데 구경하려면 우산을 접었다 폈다, 아이들에게 가게 상품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라고 잔소리하다 보니 그냥 문득 피곤이 밀려와서 다시 차로 돌아갔다.      


 그리고 근처 폭포(Curtis Falls Track)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아이들은 우산 쓰고 다니는 것에 이제 지겨워졌는 듯 이번에는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엄마 아빠만 다녀오라고 하였으나 우리 가족 여행에서 따로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 폭포 트레킹 코스는 인위적으로 잘 관리된 스카이워크와 달리 자연 그대로이다 보니 군데군데 진흙탕과 웅덩이들이 많았고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가족단위의 인파가 꽤 많았다. 입장료가 있는 스카이워크는 관광객도 거의 없었는데 말이다. 아이들은 이제 비에 젖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진흙도 여기저기 튀고 신발(크록스를 신었기에 다행이긴 하지만)도 엉망이 되어 호텔로 돌아가자고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더 이상의 아이들과 돌아다니기는 힘들 것 같은데 또 호텔로 돌아가면 남은 시간이 너무 길어 지루할 것 같고 그러다 우리 눈에 근처 아울렛이 눈에 들어왔다. 아울렛 가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쇼핑하다 들어갈까 하는 말에 아이들은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지않아도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어서 쇼핑이 필요하긴 했지만 이렇게 멀리 놀러 와서 아울렛 쇼핑이라니. 우리 가족의 여행 취향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큰아이는 지난 텀에 학교에서 저녁식사 모임이 있었는데 엄마 아빠의 무지로 편한 후드티와 바지를 입고 갔다가 다른 친구들은 모두 드레스를 입고 와서 당황한 경험을 하였기에 열심히 드레스를 입었다 벗었다 했는데 뭔가 어색해 보여 고르지 못하고 결국에는 소녀다운 멜빵 청치마를 건져왔다. 여자들과 못 다니겠다며 남편과 아들은 자신들의 관심사를 찾아 구경을 떠났다.     


 내일부터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드코스트 테마파크 3일 이용 티켓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렇게 쏟아지는 비가 과연 그칠런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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