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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May 27. 2021

#28 드디어 골드코스트(4)

시드니 가을방학 보내기


4일 차 : 씨월드 – 무비월드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는 비 오는 아침이다. 우리는 여행 전에 미리 씨월드, 무비월드, 그리고 웻월드를 3일 연속 이용할 수 있는 테마파크 티켓을 구매하였다. 한국에서는 방학 때마다 행사처럼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과천을 다녔는데 시드니에는 이렇다 할 놀이동산이 없다. 루나파크가 하나 있긴 한데 우리 아이들이 만족하기에는 규모나 놀이기구가 좀 빈약한 편이다. 오랜만에 테마파크를 갈 생각에 아이들은 이번 여행을 더 기다리고 있었기도 하다. 작은아이는 유튜브로 골드코스트 놀이동산을 어찌나 검색해봤는지 가보지도 않았는데 전문가가 다되었다. 사실 겁이 많아서 막상 가면 타지도 못할 거면서 말이다.     

 

 테마파크 세 군데 중에서 비가 많이 와도 그나마 잘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수족관이나 공연도 볼 수 있는 씨월드로 향했다. 일기예보에서는 오늘부터 비가 잦아들 거라고 했는데 어째 오히려 홍수가 날 것 같이 쏟아진다. 홍수가 난 지 열흘도 안되었는데 말이다. 운동화가 아니라 슬리퍼를 신고 놀이동산을 돌아다니기는 처음인 것 같다.


 씨월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돌고래쇼였다. 호주에 오면 배 타고 나가서 돌고래 보는 일일관광을 많이 하는데 배 멀미하면서 돌고래 찾아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물론 우리가 돌고래쇼를 볼 동안 비바람이 휘몰아쳐서 공연장에 지붕이 살짝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를 다 맞으며 봤지만 그래도 멋있는 공연이었다. 오후가 되자 비도 조금 잦아들고 놀이기구들도 운행을 시작하여 씨월드에서 할 만한 것은 다 하고 밖으로 나와 햄버거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씨월드의 하이라이트 돌고래쇼

 테마파크는 우리나라와 달리 역시 오후 5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점심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있어 아쉬운 데로 무비월드를 둘러보러 입장하였다. 무비월드에는 일단 우리 큰아이가 좋아할 만한 난이도 높은 롤러코스트가 3개 있다. 남편은 말로는 롤러코스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새로운 것이 있으면 한 번은 타봐야 하는 기질이 있어서 큰아이와 함께 둘이 손잡고 비를 맞으며 슈퍼맨 이스케이프를 타러 갔다. 그리고 이들은 비 맞으며 하루 종일 고생한 하루를 떨쳐버릴 만큼 무척 흥분한 상태로 행복하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비속에서 무시무시한 속도의 롤러코스트 타기  



5일 차 : 무비월드 – 웻월드


 오늘도 신나게 놀아봐야지 하고 들뜬 아이들을 데리고 무비월드로 다시 향한다. 비가 그쳤다. 흐린 듯했다가 햇볕도 나왔다가 하면서 놀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였다. 그래서일까 홍수 날 것만 같던 어제는 전혀 안 그랬는데 오픈 전부터 무비월드 입장하려는 인파의 줄이 어마어마하다. 어제는 비 때문에 놀기 힘들었다면 오늘은 사람이 많아 놀 수 없는 날이다. 전략적으로 우리집 롤러코스터광 두 명은 그쪽으로 달려가고 나와 작은 아이는 한가로이 탐색하며 적당히 즐기기로 했다.     


 그런데 롤러코스터 점검이 길어질 것 같다고 줄 서 있지 말고 해산하라고 했다며 부녀가 돌아왔다. 이미 40분 정도나 줄 서 있었는데 해산하란다고 얌전히 모두 해산하는 호주 사람들에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다른 놀이기구도 줄이 엄청 길었고 사람들은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호주에 와서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을 다닐 일이 별로 없었던 느슨해진 우리 가족은 초장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한참 줄 서서 기다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테마파크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티켓을 등록하면 가상 줄 서기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앱으로 줄 서기 버튼을 누르고 탑승시간이 다가오면 가상 줄서기 라인으로 바로 들어가면 된다. 물론 가상 줄 서기는 한 번에 한 놀이기구만 예약할 수 있고 다른 놀이기구를 실제로 줄 서서 기다리다가 시간 맞추는 것에 어려움도 있긴 하지만 한없이 서서 지루하게 있는 것보다는 훨씬 편한 기능이다. 난이도 높은 롤러코스터를 한 개 아직 못 타긴 했지만 인파에 지쳐서 오후 2시 반쯤 우리는 웻월드로 갈아타기로 했다.


 수영하기에는 살짝 추울 것 같기는 했지만 아이들과 남편은 웻월드가 문 닫는다고 나가라고 할 때까지 쉬지 않고 노는 아주 바람직한 하루를 보냈다. 씻지도 못하고 대충 옷만 입고 예약해둔 저녁식사 레스토랑으로 이동하는데 하늘에 뜬 무지개가 어찌나 선명하고 예쁘던지, 마치 내일이면 시드니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를 약 올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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