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2주 간의 방학이 끝나고 Term 2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는 Mother's Day를 축하하는 행사를 준비한다고 계속 안내 메일을 보내왔다. 엄마들에게 breakfast를 대접할 준비를 해줄 지원자 아빠들을 구하고 음식 기부를 받기 위한 메일이다. 엄마들의 아침식사 시간이 끝나면 교실로 이동해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하는 일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Father’s Day 행사에 참여해봤는데(물론 우리 집 아빠는 바쁘다고 불참하고 엄마만 음식 지원하기 위해 참석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아빠들이 참석하여 놀랐었다. 어찌 보면 상당히 귀찮으면서도 화목한 행사이다. 혹시 이 동네는 이혼 가정이 너무 많아서 아빠의 날과 엄마의 날을 따로 기념하는 것이 편할 수도 있겠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엄마의 날 행사를 하루 앞두고 5월 5일 시드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한 명 발생하고 말았다. 그리고 확진자가 우리 동네 쇼핑몰에서 영화를 봤다는 동선이 공개되면서 학교 측에서는 정부 교육청과 협의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안내 메일이 몇 차례 오더니 결국 전날 하교 후 행사가 취소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엄마에게 편지 쓰는 모습, 편지를 읽어주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줌 미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사실 교실이 너무 시끄러워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한차례 해프닝이 있고 나니 학교 측에서도 행사를 준비하기 고민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행사들이 당시에는 귀찮을지라도 정말 기억에 남을 일이긴 할 텐데 말이다. 그리하여 이번 Term 2 역시 별일 없이 조용하게 지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방학을 앞두고 2주 전에 인근 다른 초등학교에서 불이 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다행히 학생들이 하교하고 방과 후 학생들만 있을 때 화재가 발생하여 다친 사람은 없지만 교실이 많이 손상되고 위험하여 학생들의 출입은 금지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학교의 학생 500여 명은 우리 작은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방학 전까지 남은 2주를 같이 보내게 되었다.
우리 학교의 학생 500여 명과 화재가 난 학교 학생 500여 명이 같이 있으니 등하교 픽업 시 엄청 복잡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화재가 난 학교 학생들은 원래 학교에서 스쿨버스(등하교 시간에는 일반 시내버스가 학생들만 태우는 스쿨버스로 운행된다)를 이용하여 이동하고 많은 선생님들이 안전 관리를 하다 보니 다행히 걱정했던 것처럼 혼잡하지는 않았다. 다만 좁은 공간을 나눠 사용하다 보니 바깥 강당도 이용하는데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무언가 학교 잃은 천진난만한 아이들 난민수용소처럼 보여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무사히 10주의 Term 2 학교 생활을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9주 차에 인도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주일 만에 급속도로 번져 방학 시작과 동시에 락다운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우리 동네 쪽만 일주일 동안 락다운 되었으나, 다음날 30명 정도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시드니 전역에서 확진자들의 동선이 발표되면서 그레이트 시드니 전역이 2주일 간의 락다운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 방학 퍼스 여행을 예약했었는데 이제는 몇 번 해봤다고 아주 여유 있게 취소하고 2주일간의 락다운 방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호주 일주를 하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위기에 처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