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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Aug 03. 2021

#28 시드니, 끝이 보이지 않는 락다운

8월의 일상


 아침의 시작은 한바탕 청소기 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큰 아이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시끄러운 일을 마치기 위해서이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각자의 자리로 간다. 남편은 재택근무를 위해 작은방으로, 큰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자기 방으로, 나는 거실에, 작은 아이는 내 옆에서 학교 시간표에 맞춰 숙제를 시작한다. 집 앞의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사 와서 커피 향을 마시며 조용한 시간이 시작된다. 백화점, 쇼핑몰의 모든 상점들은 문을 열지 않는다. 식당과 카페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다행히 나의 단골 카페는 락다운 초창기에 2주간 영업하지 않다가 지금은 테이크 어웨이만 하고 있다. 그나마 맛있는 커피를 매일 마실 수 있어 다행이다.


 아이들의 Term 3가 시작된 지 4주 차가 되었다. 작년에 온라인 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좀 더 안정화된 느낌이다. 작은 아이의 경우 작년에는 1주일에 한번 줌미팅을 하고 그나마도 아이들 얼굴만 확인하고 바로 끝났는데 지금은 하루에 30분씩 줌미팅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작은 아이와 같은 영어가 세컨드 랭귀지이면서 잘 못하는 아이들 4~5명만 모아 랭귀지 선생님이 따로 일주일에 세 번 30분씩 줌미팅을 해주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랭귀지 선생님이 그날 제출해야 할 과제물들을 따로 설명해주고 아이들이 작성한 내용을 점검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돌아가며 책을 조금씩 읽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이의 과제물은 엄마의 손이 많이 간다.


 물론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것이 너무너무 절실하다. 1달 반가량 학교를 못 가고 있다 보니 영어가 다시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현재 8월 말까지 락다운이 확정되어 있고 지금 추세로 볼 때 그 이후에 락다운이 풀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락다운이 시작된 지 6주가량 되었는데도 여전히 하루 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결국 지난주부터는 10km 넘는 곳의 상점도 가지 말라는 제한 조치가 나와서 우리는 한인마트와 한인식당이 있는 지역도 못 가게 되었다.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시드니 서쪽 지역에는 군대를 투입한다고 발표도 했다. 이렇게 엄격한 락다운에도 확진자가 줄지 않는 것을 보니 인도변이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정말 무서운 것 같고 1000명 이상씩 나오고 있는 한국의 상황도 걱정스럽다. 아이들이 Term 3가 9월 중순에 끝나니 이번 텀에 학교 갈 가망성은 전무한 것 같다.

알고 보니 우리집에서 너무 가까운 아파트, 경찰이 보도에 간이 화장실까지 두고 봉쇄하여 24시간 지켰다. 어느날 이렇게 아파트에 갇힐까봐 냉장고를 계속 채우게 된다.  


 현지 엄마들도 온라인 수업에 대한 어려움과 불만을 단톡방에 많이 토로하고 있다. 한 엄마가 도저히 집에서 아이의 온라인 과제를 챙겨주지 못하겠다고 학교에 보내겠다고 하자 다른 엄마들이 필수 근무자가 아니면 락다운 조치를 지키라며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영어 대화의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나에게는 왠지 단톡방 분위기가 살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 엄마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를 보내지 않는 게 맞지만 아이들이 집에 있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고 좋게 분위기를 정리한다. 그 외에도 아이에게 562-17을 이해시키는 게 너무 힘들다며 그동안 학교에서 분명 가르쳤을 텐데 왜 우리 아이는 전혀 모르냐고 하는 엄마, 줌 미팅 참석이 잘 안된다는 엄마들, 단톡방은 오전 내내 울린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드디어 떨리는 마음으로 백신 1차 접종을 받고 왔다. 원래 9월 말에 저 멀리 올림픽파크 백신접종장에 예약이 되었었는데 최근에 백신이 더 확보되면서 접종장소도 늘어나 가까운 시티에서 좀 더 일찍 맞을 수 있었다. 현재 시드니에서는 만 40세 이상의 사람과 필수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이 이루어 지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고3들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등교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동네 지정 병원 몇 곳에서도 백신을 접종해주는데 우리는 호주 의료보험이 없다 보니 의료보험이 없어도 맞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했다.

시드니 시티의 백신접종센터

 백신을 맞고 15분 동안 이상반응이 있나 앉아서 대기하는데 어느 아저씨가 쓰러져 누워 계셔 긴장하게 한다. 큰 이상은 아닌 것 같고 호주 사람들은 대체로 감정표현이 적극적이다 보니 고통에 대한 표현도 참지 않는 것 같은데 아마도 주사 맞는 것에 긴장을 너무 하신 것 같다. 백신을 놔주는 간호사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긴장하지 말라고 주사를 다 놓을 때까지 "너는 한국사람이구나, 호주에 온 지 얼마나 됐니?"와 같은 간단한 대화를 계속해주신다. 접종장을 나오는데 접종자들을 위한 초콜렛도 비치되어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달리 몸이 아픈 증상은 없고 단지 주사 맞은 부위 주변이 많이 아플 뿐이다.

날씨 좋은 날의 왓슨스베이 산책로(중간에 누드비치가 있어 순간 당황하기도..)

 시드니의 겨울이 끝나가는지 락다운 와중에 또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다. 바람은 아직 쌀쌀하지만 파란 하늘에 햇볕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러자 또 바로 산책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뉴스가 뜬다. 흠.. 이제는 귀찮다고 나가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앞의 공원과 비치를 한 번씩 산책하고 오는데 몇 번은 차 타고 왓슨스베이로 가서 산책을 했다. 확 트인 대자연 속에서 느끼는 이 답답한 마음은 언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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