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마을] 종달리의 밥집
제주에는 여행자들이 모르는 작은 마을이 많다.
오늘 소개하는 제주 동쪽 마을 종달리도 그 중에 하나. 그렇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해서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마을은 몇 년 전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해 책방, 소품샵, 공방, 카페, 밥집이 드문드문 생겨났다. 그래서 지금은 꽤나 유명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는 사람들만 찾아가는 아늑한 마을이다. 은근히 볼거리가 많아 동네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동네. 여행지 치고는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아 느긋한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우리가 몰랐던 제주이야기에서 소개하는 첫 번째 이야기.
따뜻한 종달리에 있는 밥집 '종달리엔 엄마식당'.
'종달리엔 엄마식당'은 조용한 마을 골목길에 있다. "지도상으로 여기 어디인데." 하고 의아해지는 지점에서 두리번거리다보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빛바랜 식육점(정육점) 간판이 눈에 띈다. 외관도 따로 손을 본 듯 하지 않아 얼핏 보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미닫이 문 앞에 작은 간판만이 이곳이 우리가 찾는 밥집 임을 알려준다. 대여섯 테이블에 홀과 주방을 주인장이 혼자 운영해 식사시간은 조금 바쁘게 보인다. 그럴 땐 사장님에게 눈도장을 찍고 대기석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자.
메인 메뉴는 밥.
엄마식당이라면 으레 우리는 백반을 생각하지만,
종달리에 사는 이 엄마는 우리가 흔히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밥과 국이 아닌 새로운 메뉴를 내놓는다.
1. 스테끼동과 톤지루
2. 명란동과 톤지루
3. 딱새우크림카레
4. 사이드 메뉴 : 가라아게, 감자고로케
커다란 그릇에 넉넉하게 담긴 밥, 간소해 보이지만 밥과 딱 맞아떨어지는 신선한 밑반찬, 돼지고기와 야채를 삶아 된장 베이스로 만든 국물 톤지루.
이렇게 푸짐한 밥상을 받고 나면
"꼭 꼭 씹어 오래 먹어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그렇게 여유롭게 즐긴 식사시간은 지난 몇 해 간 놓치고 살았던 밥 먹는 즐거움을 떠올리게도 한다.
메뉴 설명은 물론이고, 모든 걸 빠르지 않게 천천히 알려주는 주인 엄마는 손님이 여행자인지 아니면 동네에 새로 온 주민인지 신기하게도 딱.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물어본다. 그리곤 시간과 마음이 맞는 날이면, 종달리 마을 곳곳의 소식을 전해주는 날도 있으니 귀 기울여 들어보자.
영업시간은 오전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은 따로 없으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에 쉰다. 이밖에 특별한 휴무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점심이 아닌 저녁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술과 안주를 추천한다. 제주산 누룩을 사용해 직접 만든 '엄마의쉰다리' 막걸리와 간단한 사이드 메뉴는 가볍게 저녁을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올 때면 계산대 근처에 손님들이 써놓고 간 가지각색의 종이 편지를 볼 수 있다. 이로써 들어갈 땐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확실해진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지,
밥을 다 먹은 뒤에는 가방에서 작은 메모지를 꺼내 "엄마"로 시작하는 편지를 남기는지 말이다.
골목 끝에 멈춰서 다시 빼꼼 돌아볼 수밖에 없는 곳. 종달리엔 엄마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