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마을] 식물원에서 술을 마신다면, 이런 기분일까?
제주 중산간에 있는 송당 마을. 제주섬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게 바다와 산(또는 오름)으로 여행을 나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제주하면 바다!"를 떠올릴테지만, 제주를 여러 번 오간 여행자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중산간 마을을 추천하고 싶다. 해안도로를 뒤로 하고 중산간 길을 지나야만 보이는 넓은 초록 들판. 그 뒤로 시원하게 쭉쭉 뻗은 푸른 나무들. 이 풍경은 맑은 바다와는 또다른 청량함을 선사한다. 표지판을 따라 구불구불한 중산간 길을 따라가면 작은 시골 마을이 나타난다.
우리가 몰랐던 제주 이야기에서 소개하는 두 번째 이야기.
커피를 술처럼, 술을 커피처럼 '술의 식물원'
'술의 식물원'이 있는 마을은 바로 이곳. 송당마을이다. 금백조 신화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보다 여행자들에게는 수요미식회에 나온 풍림다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그 좌우길로 책방, 소품샵, 음식점이 하나 둘 들어섰다. 그리고 그 안에 이름만큼이나 매력적인 술집 겸 카페 '술의 식물원'이 있다.
오랜만에 송당마을을 지나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곳을 발견했다. 오래된 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외관과 주인장의 작명 센스에 시선을 빼앗긴 것도 잠시. 반투명한 유리창 사이로 푸릇푸릇 살랑거리는 식물들은 금세 발걸음까지 빼앗았다.
초록빛이 가득 담긴 화분들 사이를 지나 자리를 잡고 앉으면, 아주 오래 전 기억에만 존재하는 할머니집에 놀러온 기분이 든다. 아주 살짝이지만, 그 찰나 마음에는 평안이 싹을 틔운다.
전체적으로 나무집의 뼈대를 그대로 살려 천장이 높다. 그래서인지 내부가 크지 않음에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식물원이라는 이름처럼 초록빛을 내는 식물도 가득하다. 짙은 나무의 결과 커다란 녹색 이파리는 얼핏 숲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스테인글라스 조명과 오래된 창문 걸쇠는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은은하게 스며들어 있다.
메뉴는 커피와 술. 그리고 몇 가지의 간단한 술 안주를 판매한다.
1. 술
크래프트 비어, 와인, 사케, 소주
2. 커피와 티
3. 술 안주
술친구라고 적혀있는 안주에는 '제철 채소가 담긴 상큼 피클', '제주 감자와 당근으로 만든 감자사라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루와 파슬리를 뿌린 건강 보닐라 감자칩' 등의 이름을 가진 요리들이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가격으로 형성돼 있다.
부담스럽지 않게 술과 커피를 경계 없이 마시고 갈 수 있는 곳. 창문 밖으로 오가는 사람들과 간간히 지나다니는 차를 구경하고 그동안 미뤄뒀던 것들을 꺼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커피와 술. 어떤 걸 선택해도 상관은 없다.
혹시 중산간이라는 위치 때문에 이동수단에 대한 어려움을 걱정하고 있다면, 마을 순환 버스를 이용해보자. 제주에서는 중산간을 찾는 여행객들을 위해 몇 년 전 대폭적으로 대중교통 개편을 진행했다.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한 중산간 마을 순환 버스가 바로 그것이다.
- 동쪽을 도는 810 버스
- 서쪽을 도는 820 버스
'술의 식물원'은 810 버스를 타고, 송당리 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방향에 따라 810-1과 810-2로 나눠지니 확인은 필수다. 하나 더 보태자면, 중산간 순환버스는 오후 6시 정도로 늦게까지 운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제주의 밤은 육지보다 길다. 특히 시내가 아닌 곳들의 경우 밤은 더 까맣고 짙다. 그러니 이래저래 술을 먹을 요량이라면 미리 영업시간을 확인해두자. 그렇기 않으면 상상도 못할 시간에 굳게 문을 닫은 가게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술의 식물원'이 있는 송당마을 역시 밤이 되면 어둡고 인적이 드문 편이다. 전체적으로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영업시간이 길지 않은 상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휴무 확인과 혼자 여행 중이라면 숙소는 가까운 곳으로 잡아두는 것 잊지 말자.
술 때문일까?
커피 때문일까?
비가 오면 더 생각나는. 술의 식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