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

by 서로

어떤 나무

-서로


처음엔 분명

그저 작고 여린

한 줄기였을 것이다


모든 이에게 온당한 자연은

그에게도 분명 비, 바람에

천둥과 폭풍, 혹독한

가뭄과 겨울을 주었을 것이다


나무는 말없이 조용히

생이 주는 모든 경험을 삭히며

하늘 향해 자신을 뻗어내었을 테지


고요하고 거룩하며

정직했던 그 시간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우듬직한

나무빛 나이테를 그려내었다


지혜의 정수가 담긴

걸작을 품은 나무는

정말로 어느새 하늘에 닿더니

그 앞에서 굽어져 갔다


작고 여린 것들이 깃든

한없이 너그러운 땅을 향해

자꾸만 굽어져 갔다


굽어지고 굽어진 그가 드리워낸

맑고 시원한 그늘 밑을 지나던

어떤 작은 이, 저도 모르게

곱고 순한 숨 쉬어져

문득, 고개 들어보니

짙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파랑빛, 순수 가득한 하늘을 꿈꿨던

그대, 작았던 한 그루의 나무여

청록빛, 생명 가득한 하늘이 되었구나


하늘이 좋아

하늘 향해 나아가다

감히 하늘에 닿고는

굽어진 이들


오늘도 그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하늘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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