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호랑이
곰과 호랑이
-서로
살다보면 가끔
곰과 호랑이를 떠올릴 때가 있다
끔찍하게 외롭고 어둡고 축축한 동굴 속에서
쓰디쓴 즙이 되어 제 속을 타들어가게 했을
쑥과 마늘을 꾸역꾸역 씹으며
긴 시간을 버텨냈던 기이한 존재들을
그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간 호랑이가
그것을 견뎌낸 곰보다 더 인간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인간이 된 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곰이었다니
몸부림치는 고통에 굴종한다면 동물의 겁에 머무르지만
끝까지 참고 견뎌내면 인간의 겁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걸까
곰도 호랑이도 아니건만 잠시 쑥과 마늘을 꾸역꾸역 씹어본다
그것들이 으스러지며 속에서 독한 성질들을 뿜어대자
호랑이도 되었다가 곰도 되기 시작한다
고통속에 바닥을 굴러대는 동안 온몸을 덮고 있던 털들이 뭉텅뭉텅 빠진다
괴로움에 여기저기 아무데나 휘두르고 갈아대던 발톱들이 닳고 닳아 뭉툭해져간다
참기 힘든 통증에 앞으로 뒤로 굽고 마구 휘어대던 허리가 어느새
하늘 향해 곧게 펴져 두 발로 서있기 시작한다
호랑이는 그랬더랬다
희멀겋게 나약한 피부가 드러나고
그 무엇도 휘어채지 못하는 손발이 되고
대지를 쿵쿵 울리던 걸음이 하이에나처럼 비겁해졌다고
곰은 그랬더랬다
두터운 털 속에서 안온하던 무딘 피부에 시원한 바람이 닿으니
온 세상이 숨결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달아 전율이 일었고
짙게 물들어 피비린내 나던 날카로운 발톱 사라진 속살로
여리고 작은 생명들을 쓰다듬고 안으니
존엄하고 귀한 생명의 박동이 두손 가득 약동했으며
무시무시한 숨막힘과 죽음을 만들던 발걸음은 가뿐해져
어여쁜 새처럼 자유로워졌다고
곰은 그 모든 걸 느끼며
맑고 투명한 눈물을 흘렸다
그리도 아름다운 무언가가
제 안에서 나오다니
이게 인간이구나
인간이 되었구나!
쑥과 마늘같은 생을 씹으며
제 속에서 난장치던
곰과 호랑이가 들려준
오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