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by 서로

풍등

-서로


시커멓게 어둔 길을

혼자 걸어내야 했던

그런 날이 있었다


길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램프의 마법주문을 외듯

마음을 문질러 따뜻이 해주고

보물같은 온갖 언어들을 불러와

읊었다


읊고 읊고 또 읊고 있으니

어느새 하늘 가득 빛으로 떠올라

풍등이 되어 길을 밝혀주었다


그 비추임에 마음걸음으로

주어진 길 걸어내어

도달해야 했던

마주해야 했던

만나야만 했던

그대를 만났다


그대와 나눌 이야기 너무도 많아

맑고 서린 새벽 동틀 때까지

오늘은 이 밤 지새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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