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하나

by 서로

풀씨 하나

-서로


어느 마을에

신비로운 풀씨 하나

바람에 날아왔다


맑은 물을 가진 사람

고운 흙을 가진 사람

너른 땅을 가진 사람

부신 빛을 가진 사람

……


온 세상 것이건만

저 혼자 가진 많은 이들이

그 신비 또한 갖고자

풀씨를 놓고 몰려들어

누가 누가 더 잘났는지

따져 들기 시작하는데


볼품없이 헛헛한 빈손이었던

풀씨 향한 마음 피어난 어떤 이

그 재겨디딤판에 들지 못해

그저 자기 있는 자리에서

빈 두 손 둥그레 모아

빈터 만들어

볼 뿐이었다

그제야


그동안 정처 없이

힘겹게 너울거리던 풀씨

살포시, 그 빈터로 찾아들어

제 신비를 편안히 풀어내었다





※ 참고)


재겨디디다: 발끝이나 발뒤꿈치만 땅에 닿게 디디다. 발끝을 들고 남보다 높아지려 애쓰거나 뽐내며 걷는 위태롭고도 오만한 태도를 묘사하는 순우리말


재겨디딤판: 누가 더 잘났나 따지는 어리석고 허영스런 논쟁의 장소를 나타내는 순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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