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두환, 반민특위, 여순사건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모든 역사는 그 자체로 진실일 수 없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평가는 그 시점에 존재하는 해석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 역시 현재의 가치관이 역사를 재평가한 결과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역사적 사실이 현대의 특정 이익에 부합하려는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에 기반한 관점으로 바라본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해석에는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 역사를 현대에 ‘이용’하려는 세력은 수많은 공과 과 중 자신의 이익, 의도에 부합하는 것만을 선택적으로 취한다. 예컨대, 국가 주도의 권위적 성장 정책을 주장하는 세력에게 박정희는 ‘경제를 발전시킨 구국의 영도자’로 추앙받는다. ‘경찰 국가’를 주장하는 집단에게 전두환은 삼청교육대를 짓고 폭동을 탄압한 영웅이 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다. 중동발 난민 유입이 증가하자 독일에서 네오나치 극우정당이 다시 고개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사실을 취사선택한다는 점에서, 역사 왜곡으로 직결된다. 박정희의 유신독재, 전두환의 광주 학살,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과오는 각각 철저히 가려지는 것이다. 특정 세력의 가치관으로만 역사가 평가될 때, 역사는 한쪽 날개로 나는 새처럼 추락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평가는, 따라서, 보편타당한 가치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적 가치관이 달라지더라도, 쉽게 변하지 않는 평가 기준을 남기는 것이다. 역사적 인물과 사실에 있어서 최대한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현재 존재하는 승자 중심의 역사관에 패자(敗者) 관점의 역사관을 더하는 것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으로 인해 핍박받은 이들의 관점을 담는 것이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에 한강철교 폭파, 여순사건 진압으로 인해 고통받은 민중의 관점이 더해질 때, ‘이승만 국부론’은 비로소 힘을 잃게 된다. 반민특위 해체로 인해 득을 본 자들의 시각 뿐만 아니라, 친일파 청산 실패로 왜곡된 한국사회 구조를 바라본다면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됐다.”는 왜곡된 역사해석을 막을 수 있다. 다양한 관점의 합의를 통해 도출된 역사적 평가는, 어느 한 쪽에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없는 보편타당성을 갖게 된다.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지 않다. 역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곧 미래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느냐는 물음의 해답이 된다. 현재와 미래의 이익을 위해 과거를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관점은 미래에도 그 이면의 약자들을 계속 양산할 것이다. 승자의 역사가 아니라 약자와 패자의 역사를 바라볼 때, 우리는 앞으로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승자와 패자의 균형된 시각을 갖출 때, 역사라는 새는 비로소 두 날개로 날며 현재를 지나 미래까지 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