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다.

미련을 버리면 되지만, 버리기 쉽지 않은 것. 그 이유는 '혹시나'

by zae

번아웃이 찾아오고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왜 모의고사를 괜히 풀어가지고..


공부에만 매진하며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내고, 그렇게 서울에 있는 꽤나 좋은 대학을 졸업한 나는 나 스스로에게 점수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나에게 강박의 점수는 90점. 90점이면 두 문제인데, 두 문제만 틀리기에는 내 실력이 너무도 모자라다.


그런 나에게 당연히 모의고사 점수는 번아웃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처참한 점수였다.

잠시 머리를 비우고 쉬면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너무도 잘 알지만, 조급한 내 마음과 머리는 화해 할 생각이 없다.


아침이면 우울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었지만, 한없이 우울했다.

새벽 두시가 되어서야 침대에 눕는데 잠드는 그 순간이 너무도 두려웠다.

내일도 나는 우울할 것 같아서, 이것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캄캄하고 아득하기만 한 그려지지 않는 내일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아침은 눈 깜짝 할 새에 찾아온다. 빠르게 빠르게 우울이 반복되고, 나는 점점 피폐해지고.


참 미련맞은 '나'이다.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이랬던 단순한 나는 어디로 간 것이지

하루의 휴식이 나의 불합격을 가져다 줄 것 같아서. 오늘 쉬지 않고 한 글자라도 더 보면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겠지.


3일의 번아웃을 겪고 가족들에게 온갖 짜증을 다 냈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다시 멀쩡하다.

어제 마음을 비워냈기 때문이다.


바다를 다녀왔다.

부서지는 파도를 보니 마음이 정화되었다.

한 없이 넓은 바다를 보니 바다가 이렇게 넓은데 왜 나는 더 멀리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현재의 단편적인 부분에만 얽매여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지 그럴 필요가 있는지 싶었다.

파도는 급하게 치지 않는데, 왜 나는 그렇게 조급하게 달리려고만 했는지. 나의 속도에 맞는 파도를 만들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많은 조상들이 바다를 보며 시를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차오른다.

고요한 힘이 있다. 바다에는


항상 바다를 동경하던 나였는데, 바다를 잊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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