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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적인 하루 May 27. 2020

나는 가끔 누군가의 불행을 바라.

상경

가끔 내가 외면하고 싶은 나의 ‘악’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 죽었으면 한다거나, 사고에 당하거나 불행에 잠식되었으면 한다는 그런 끔찍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약간은 불행이 있길, 입으로도 마음속으로도 꺼내지 못하고 어디 깊숙이 묵혀두는 것이다. 그러다 심보가 뒤틀린 어느날 슬며시 고개를 드는 그런 '악'


그런 것들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떤이의 성공에 어느날 갑자기 ‘재수가 좋아서’ , ‘운빨’ 같은 것들은 깃들지 않도록 딱 그 정도의 불행을 바란다. 나처럼 공과금, 휴대폰요금, 카드값 같은 구체적이고도 정기적인 불행을 마주하길 바란다. 직장에선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마주 앉아 가짜 웃음 지어야 하는 불행. 딱 그 정도의 불행 말이다. 끔찍한 모습을 하고있을것만 같은 이런 악마는 매번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나의 사람들을 사랑하는걸. 다만 가끔 내 심정이 너무 밑바닥일 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동시에 제발 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외면하지만 사실 그 또한 나의 일부분이다. 


나의 일부분이라 쿨하게 인정해도 어쨌거나 그 마음은 모난것이 맞으며 스스로도 추하게 느껴진다. 하여, 꼭꼭 숨겨둔다. 그러다 갑자기 튀어나오려하면 두더쥐 잡기 게임을 하듯 쿵쿵 내려찍는것이다. 내안의 악과 끊임없는 싸움을 하는 것, 나에게 할당된 '선善'은 그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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