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길었던 휴가가 끝난 지 일주일이 더 흘렀다. 많은 여행이 그랬지만 이번 제주도 여행은 꽤 여운이 길 것 같다. 돌아와서도 내내 들뜬 표정이 티가 났는지 주변에서 제주 여행이 그렇게 좋았는지 얼마나 좋았는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쌍 따봉과 함께 완벽했다고 답했다. 미사여구 길게 붙일 필요도 없이 완벽했다고. 이상할 만큼 우리가 나서면 날도 좋았고 사람도 적었고 밥도 맛났다고. 한참 여행 자랑을 듣던 직장동료가 그런 말을 했다. 함께 여행 한분들이 너무 좋으셨나 봐요.
그제야 이 '완벽'을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대구에서 서울에서 각각 출발해 제주에서 만난 우리. 여행 시작부터 H는 비행기를 놓쳤고 ( 우리는 액땜이라 생각한다 ) 잔뜩 기대했던 판포포구는 그저 그랬다. 적어도 우리가 그렸던 곳은 아니었다. 나는 sd카드 없이 빈 카메라를 매고 왔다. 아무것도 저장되지 않은 채로 하루를 열심히 찍었다. 그 허탈함이란. 이런저런 크고 작은 같은 불행들, 절망들이 증발해버린 것은 모두 사람들 덕이다. 불행을 마주했을 때 내 옆에 누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H가 이른 아침부터 sd 카드를 사러 먼길을 운전해준 것, 또 그녀의 완벽한 드라이빙 실력은 여행 내내 얼마나 멋졌는가.( 짝짝짝 ) 쇼미 더 머니 한번 출전했으면 하는 드립 왕이자 열정의 포토그래퍼 S, 긴말 필요 없는 배려왕, 제 필름을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로 채우는 B. 서로의 인생 샷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몸을 날렸던 우리들. ( 난 너희 못 따라가 ) 결국 어디에서 보다 누구와 인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눈앞의 불행은 '이것도 추억이야' 하고 웃어넘길 수 있으니까.
시간을 보내는 법이 제 각각이었는데도 한 번도 부스럼 없이 부드럽게 흘러갈 수 있었던 것 또한 이 좋은 사람들 덕이다. 그러니 여행의 8할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