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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적인 하루 Aug 12. 2022

여름 입덕 부정기

호호


너는 여름을 좋아하잖아. 꽤나 단정적인 말이었다. 내가? 나는 여름이 좋은 게 아니라 여름에 노는 걸 좋아해. 그건 엄연히 다르지. 물놀이라던가, 여름밤에 야외에서 마시는 맥주 같은걸 좋아하는 거야. 그뿐이야.


내가 여름을 좋아한다고 단정한 사람은  명이 아니었다. 여름이  싫은지  번의 해명을 하다 지쳐 그렇게 타의적으로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  여름 좋아하지

고백건대 나는 여름을 아주 오랫동안 싫어했었다. 여름의  습함이 싫었고, 몸에 열이 많아 여름이 되면  쳐지는  기분도 싫었다. 땀은  어찌나 많은지 한걸음 한걸음에 줄줄 흐르는 땀이 불쾌했고 바람이랍시고 부는 한낮의 뜨뜻한 바람도 싫었다. 내가 여름을 싫어한 데에는 엄마도 한몫했다. 뜨거운 여름날 에어컨의 통수권은 엄마에게 있었고 여름은 더운  맞다는 그녀의 지론에 따라 에어컨을 켜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은 추운  맞고 여름은 더운  맞지만 확실한   체력은 여름과 맞지 않았다. 더위에 약한  체질 말고도 여름의 싫은 점은  있다. 쉽게 벌레가 꼬이고, 음식이 빨리 상하고... 여름이  싫은지에 대해 더 구구절절 늘어놓을  있다. 귀찮고, 신경 쓸게 많은 계절. 내게 여름은  번거로운 계절이었다.


“나는 그렇게 땀이 흐르는 게 좋던데 “

여름은 더운 게 맞다. ( right )라는 엄마는 나와는 반대로 땀이 줄줄 흘러서 여름이 좋다 말했다. 그 뜨거운 열기가 좋다고. 라 말하는 땀에 젖은 나와 달리 보송보송했다.


좋아하는 것이 싫어지기도 하고 싫어하는 것이 좋아지기도 한다. 둘도 없을  같이 뜨거웠던 관계가 미적지근한 관계가 되기도 하고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던 관계가 포옹의 인사로 바뀌기도 한다. 뭐하나 단정하기 어렵다. 내가 단언했던 많은 관계들이, 많은 미래들이 예측과 다르게 흘러갔다. 그건 내가 어찌할  없는 것들이었다. 마치 내가 여름을 좋아하게  것처럼.


여름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 여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언젠가부터라 해두자. 여름을 싫어했던 때에도 여름의 눈부신 푸르름을 좋아하긴 했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 그림에도 여름의 풍경을 곧잘 담았으니 사실 나도 모르는 새에 여름 입덕 부정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제 여름이  좋은가.라는 질문지에  빽빽하게   있다. 낮동안 종일 흘린 땀을 식혀주는 잠깐의 바람, 해를 피해 들어온 카페에서 들이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눈부시게 반짝이는 여름의 채도 높은 초록, 물가에 가면 주저 없이 뛰어들  있는 완벽한 온도, 여름밤이면 선심 쓰듯 불어오는 바람.


여름은 더운 게 맞고, 이젠 여름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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