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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적인 하루 Sep 22. 2022

차라리 꼭꼭 씹어줘

호불호

안읽씹(메시지를 읽지 않고 두는 것) 과 읽씹 (메시지를 읽고 답하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은가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뜨겁다. 각 편에 서서 목소릴 높이는 이들의 이유는 언제나 그럴듯하다고 두 입장 다 ‘악의’는 없다.


내게는 안읽씹을 하는 주변인이 꽤 있다. 안읽씹이란 무엇인가? 말 대로 상대의 연락을 읽지 않은 상태를 장시간 유지한단 말이다. 참고로 나는 최장 3일 정도 안읽씹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땐 정말이지 단전에서 화가 끓어올랐다. 나는 당신이 휴대폰을 붙잡고 산다는 것을 안단 말이다. (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억측이다 ) 물음표를 끝으로 72시간동안 사라지지 않았던 1은 "야 답 좀 해라" 는 말에 사라졌다.? 화를 꾹꾹 눌러 담고, 답답함도 꾹꾹 눌러 담아 내 안의 공격성을 끌어모아 말한 것이었다. 여하튼 그 1은 결국 내가 지운 것이었다. 내가 쓰고, 내가 마지막 1을 지우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안읽씹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카카오톡은 모두의 기본 통신 수단이지 않나, 안읽씹은 죄악이야. 그렇게 생각했었다.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종일 사내 메신저에, 말, 말, 말속에 살다 보니 읽지 못한 메시지가 쌓여갔다. 당장 답할수없는 것들. 좀 더 생각이 필요한 것들이 늘어났다. 안읽씹러들이 생각났다. 아, 안읽씹의 이유를 조금은 알것도 같았다. 안읽씹이 일상인 지인이 그런말을 한적이있었다. 네 메시지에 좀 더 성의를 담아서 너와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을 때 답을 하고 싶어질 뿐이야, 카카오톡이 대화의 디폴트처럼 된 게 난 좀… 그래.


역지사지라고, 내가 특수한 상황에 닥쳐보니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확하게 정정하여, 이해와 더불어 존중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나는 별일이 없다면 하루 안엔 답해주고, 대화의 끝은 깔끔히 마무리하고 싶다. 24시간이 넘어가도록 사라지지 않는 1에 대해선 답답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저 빨갛게 뜬 알람을 보기 싫어 재빠르게 없애버리는 내가 있듯, 반대의 성향도 있을 것이라 그리 생각해본다. 메시지의 주고받음이 있는 이상 계속될 난제일 이 문제에 대하여. 무엇이 맞고 틀리는가에 대해 분노할 필요가 있을까. 각자의 대화방식이라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 카카오톡이 대화의 디폴트가 아닐지도 모르며 성의 있는 대답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사실 나는 읽씹도 힘들어했다. 대화의 마무리는 내가 지어야 속이 시원했던 때도 있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메시지에 '좋아요'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엄지를 척 들 수도 있고, 웃거나 울거나 화낼 수도 있다. 내가 요즘 가장 애용하는 기능이다. 어색한 마무리 인사 없이 깔끔하고 쿨한 안녕. 그러니 구차하게 한마디 더 남겨보겠다. 이해와 존중해보겠다 쿨한 척 말했지만 사실 난 당신이 차라리 꼭꼭 씹어줬으면 좋겠다. 하트라도 남겨주길, 조금 구질구질하지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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