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목전에 두던 어느 날. 연말 결산 회의 중에 당시 팀의 이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20대에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왔고, 30대엔 그중 하나를 골라 잘 다듬어 갔고 40대인 지금 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그 말을 들었던 회의실의 공기가 생각난다. 그날 입은 옷이나, 그날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말을 들으며 펼쳐진 업무 다이어리를 보던 나의 마음이 히터로 데워진 회의실 공기 속에서 어지럽혀지던 것이 생생하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그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해오며 가져왔던 산발적인 의문들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때의 결심을 하나의 문장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디자이너로서 더 이상 성장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2d 그래픽에서 UX 디자인까지 넓고 얕게 디자인을 겪었지만, 당시 나의 역량은 그저 넓혀만 지고 크게 성장하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성장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니 내가 오랫동안 묵혀온 여러 꿈을 다시 들여다볼 타이밍이었다.
마케터라던가, 사업가라던가, 기획자라던가 하는…
그날 나는 휴대폰 캘린더 어플에 디데이를 설정했다. 4월 30일. 퇴직금과 여러 적금 상황을 고려한 꽤나 현실적인 퇴사일이었다. 그리고 퇴사일까지 무엇을했냐, 지금 기억하지 못하는걸 보니 그저 시간을 보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