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정적인 하루 Jan 29. 2020

02. 첫 회사

서울로 가는 길

"잡플래닛을 맹신해." 

얼마 전 서울에 면접 보러 온 후배에게 내가 꾹꾹 눌러 조언해준 말이었다. 기업 리뷰를 맹신해, 급한 마음으로 다급하게 오지 말고 고르고 골라서 오렴. 제발. ( 물론 지금은 잘 다니고 있는 회사지만 )



멀지 않은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회사 사람들이 하나 둘 나가기 시작했다. 밑 빠진 독처럼 한 사람이 나가고 한 사람이 들어오고 또 한 사람이 나가고의 반복이었다. 더 이상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일하는 것이 괜찮아지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툴처럼 쓰였고, 나는 진이 빠졌다. '물갈이 중인 회사' 면접 때 면접관 에기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소용돌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믿었던 사람들이 등을 지고, 떠나갔다. 그건 그들의 선택이었고 그들의 인생이니 그들이 나간 것에 화나진 않았다. 다만 몇몇 무책임한 누군가들은 얕게 뿌리내리고 있던 나를 열심히 뒤흔들어 놓고 떠났다. 그땐 조언인 거 같아 고마웠고 그 후에는 원망스러웠다. 그건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나의 뒤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나 하나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 열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과 헤어지고서야 깨달았다. 궁금해 본 적 없는 회사의 비밀들을 알게 되니 속이 아팠다. 26년간 없었던 생리통이 찾아왔다. 생리통엔 어떤 약이 직방 인지도 모를 만큼 생리통은 나와는 먼 이야기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01. 면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