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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n 13. 2022

침잠함의 무게

그저 가라앉아가는 하루의 당신

 유난히 침잠되는 날들이 있다. 당신에게 주어지는 하루가 어떤 모습이든, 남들이 그 하루를 어떻게 보든지 간에 상관없이 유독 하루가. 그리고 말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저 '톡'하고 나를 밀어 넣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 그 말들이, 그 순간들이 평소의 나라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순간임을 알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저 겉치레로 지나갈 순간 하나에도 멈칫하며 반응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내가 인식하고 있는 데다 이런 내가 너무 쪼잔하거나 배배 꼬인 사람처럼 느껴져 유독 스스로를 더욱이 밀어 넣어버리는 순간들이 온다. 아무리 단것을 먹어도, 즐거운 영상을 보아도 혹은 맥주를 먹어도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 침잠됨의 나날들이 우리에게는 존재한다. 

 불안이나 혹은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이라기에는 우울이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그 무게감이 다른 순간에 대해 그저 침잠함이라 부르기에 적합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는 것이다. 그저 누군가가 나의 몸에 하나 둘 무거운 추를 달아서 이미 하루가 버거운데 마지막으로 건넨 것 하나에 '톡'하고 침잠되어감을 느끼는 그런 하루 말이다. 

 

 쉽게 상처받고 쉽게 잊는다. 그런 나에게 유독 이런 하루는 걷어내기 어려운 하루가 된다. 참 행복해지기 쉬운 편인 사람인데 이런 날은 그게 참 어렵다. 마치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밖의 나는 멀쩡한데 속에 있는 나만 자꾸자꾸 작아지는 그런 느낌이다. 맛있는 것들을 먹어도 사소하게 나를 즐겁게 해주는 그러한 것들을 찾아도 쉽사리 기분이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를 자꾸 내가 내 손으로 '톡'하고 밀어 넣는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날 문득 나를 슬쩍 그 침잠함의 무게에서 밀어 내주는 것이 있다. 그저 올바르게 바르게 선 곧은 등이 그러하다. 참 신기하지. 누군가의 올바르게 곧아 있는 그 자세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 자세를 바르게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그저 지나가던 사람이든 혹은 드라마 속의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되었든 누군가의 바로 선 자세가 나의 침잠함을 거둘 약간의 동력이 되어준다. 그게 그 등에 기대어 울고 싶은 나의 마음의 표출인지 아니면 그저 그 순간의 위안을 얻어 나의 침잠함을 덜어낼 여력을 만들어 주는 것인지는 모를는지만 그 사소하고 참 보잘것없는 순간이 부서져 몸에서 시작하여 마음으로 스며들고 마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 자세를 바로 하고 생각한다. 아니 몸의 생각이 마음의 생각으로 옮겨진다. 생각보다 이 침잠함의 무게가 너에게 견딜만한 것일 것이라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불안이나 혹은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나는 아는 것도 경험한 것도 적다. 그래서 각자마다 다른 무게감을 가질 침잠함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버린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었다. 문득 어느 날 쉽게 걷어지지 않는 침잠함의 순간이 오면 그저 '톡'하고 밀어 넣어졌던 그 순간이 오게 되면 '톡'하고 자세를 바로 해보면 어떨까 하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침잠함이 그리 쉽게 밀릴 무게가 아니할 그것이라도 이미 자세를 바로 하고 서있는 누군가의 등을 보며 당신 역시 위안을 혹은 자그마한 여력 정도는 얻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슬그머니 침잠함에서 막 벗어난 순간 글을 써본다. 각자마다 그 순간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다르겠지만 그저 시선을 잠시 주변으로 돌려 바르게 서있는 누군가가 당신의 시선이 걸리는 순간 문득 생각이 나 당신이 그 침잠함을 견디어 낼 수 있기를, 거두어 낼 수 있기를.


 당신의 유독 버겁게 느껴지는 날과 그 순간이 '톡'하고 밀어낼 약간의 순간이 함께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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