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이 한마디가 무어라고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발버둥을 쳤던 걸까. 칭찬을 받기 위해 움직였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제법 되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과거에는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면 최근에 와서는 올바른 형태의 칭찬을 해주라고 이야기한다. 행위에 대한 이야기만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칭찬을 받기 위해 움직였던 아이는 시간이 흘러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욕망으로 움직인다.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나는 대학교 2학년 2학기부터 3학년 1학기를 얘기할 것이다. 그때의 나를 움직이게 했던 욕망은 바로 여행과 돈이었다. 특히 대학교 3학년 1학기 때는 취준 때보다 바빴다. 그렇게 취업준비를, 임고 준비를 했으면 붙었으려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선 새벽 수영을 간다. 왜? 여행을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니 운동을 해야 했다. 새벽 수영을 끝내고 나면 학교로 가서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하루에 3시간 남짓한 식당 알바를 위해 다급히 시내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집에 오면 나를 기다리는 과제들을 하고 여행 계획을 짰다. 주말에는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온 몸에 고등어 냄새가 배도록 일을 했다. 알바를 두 개씩 뛰고 새벽에는 수영을 하고 집에서는 여행 계획을 짜고 과제를 하고 수업을 듣는 일과가 한 학기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여서 모은 돈으로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여름을 보냈다.
최근 뜨개를 시작하면서 실을 사고, 이런저런 물품을 사는 일들이 많아졌다. 작년 말에 가격 대비 너어어어무 좋은 키트가 나와서 그 키트를 사고 싶은데 문제는 2개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성비가 좋은 키트라고 할지라도 그 키트를 두 개 사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기에 나는 나 스스로와 딜을 했다. 만약에 내가 이 시간까지 생활기록부 두 반을 다 쓰면 키트를 두 개 다 사고 못 사면 하나만 사는 것으로! 그리고 그날 나는 한 달을 넘게 미뤄온 생기부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5월 말에 중요한 시험이 있었다. 이 시험 때문에 나는 4월부터 내 소중한 취미인 뜨개마저 내려두고 공부를 해야 했는데 문제는 뮤지컬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뮤지컬이 너무 보러 가고 싶었다. 왜냐면 한번 지나간 극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늘 주말이 다가오기 전에는 나와 거래를 했다. 이만큼을 끝내야지, 혹은 이번 주에 열심히 해야지만 나는 극을 보러 갈 수 있어! 하면서 말이다. 그랬더니 극을 잡아두지 않았던 이번 주는 공부를 안 하게 되었지만 아마 다음 주의 나는 관극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겠지....
갑자기 약간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왜 나는 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데 왜 나는 이렇게 욕망에 근거하여 움직여야 하는 것일까. 어디에서 이유를 찾더라도 자기 합리화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애초에 욕망에 근거하여 움직이는 것도 자기 합리화의 과정인데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자기 합리화로 느껴져 거부감이 들다니. 이래저래 모순적인 인간일 수밖에 없는가 보다. 그래도 이래저래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움직이고 있으니 오늘 하루는 또 이렇게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안 움직이는 것보다는야 내가 움직이기 위해서 스스로 먹잇감을 던져주고 움직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내가 나 스스로를 움직이기 위하야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기만 한다면야 말이다.
우리는 대체로 욕망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바람직하게 바라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구라는 이름 아래에서 움직인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욕구든 혹은 더 나은 방향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욕구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그 욕망의 방향이, 욕망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이 욕망이 가지고 있는 힘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우리에게는 주어져야 하리라.
나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당신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오늘의 나는 왜 움직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