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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y 16. 2022

계절의 감각

 이맘때면 아파트 앞의 버스 정류장이 낯선 존재들로 복작복작해진다. 바로 막 실습을 나온 교생선생님들이다. 예쁘게 차려입은 단정한 옷들, 양복이나 원피스를 입고 불편한 신발을 신고 가방을 들고 손에는 책을 들고 가끔가다 이름표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내가 10년을 넘게 살아오고 있는 이 동네에는 참 학교가 많다. 심지어 사범대 부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서 내가 봄에서 여름을 넘어가는 시기를 가장 명확히 깨닫는 순간은 바로 이 무리들이 출몰할때다. '아 이제 완연한 봄을 지나 여름이 오는구나' 그 어떤 순간보다 계절을 깨닫는 순간이 바로 그 무리의 등장이라니, 오늘 문득 이 생각을 하면서 나의 계절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각은 다르겠지만서도 특정한 날짜가 아닌 그 계절, 순간의 감각이 주는 깨달음은 참 신기하다. 언젠가는 보는 것이, 듣는 것이, 맛보는 것이, 느껴지는 내음이 나의 계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다. 때때로 찾아오는 그 감각적인 계절이 나의 계절을 더욱 계절답게 만들어 준다. 나의 봄에서 여름 사이의, 그언저리의 페이지를 넘길때면 이야기했던것처럼 교생선생님들의 등장이 나의 계절을 일깨워준다.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바지런히도 화장을 하고, 매무새를 다듬으며 준비하고 했던 그 순간이 함께 떠오르면서 말이다. 그 떨리는 그 마음이 새로이 떠올라 나의 여름의 시작은 더욱 풋내나는 계절로 다가온다. 


 시린 겨울이면 찾아오는 눈 냄새가, 장마철이면 맡을 수 있는 비 냄새가 우리의 계절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흩어져가는 시간의 순간들이라 여겼던 그 때의 그 순간들이 어렴풋이 되돌아와 우리의 시간들을 더욱 짙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각각의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표현하는 수백가지의 감각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계절을 더욱 힘있게 만들어주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그간의 내가 지니고 있는 계절의 감각을 더욱 반가이 맞이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마도 이 계절의 감각은 변화하고 이 계절의 감각들 덕에 나의 다양한 계절들은 더욱 달라지겠지. 작년보다는 올해, 올해보다는 내년에 찾아올 계절의 감각들이 더욱 기대가 되는 순간들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찾아오는 그 특별함이 참 별거아닌 일이라 여겨지는 순간들도 있다. 아마 늘 돌아오는 계절이기에, 늘 돌아오는 시간이기에 그러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당신의 계절은 그 해의 찾아오는 계절의 감각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지는 않은가. 올해 찾아온 감각의 순간에 당신이 이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기를 작은 마음을 담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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