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서재는 더더욱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알렉스 존슨은 저서 『작가의 방』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글을 쓴 공간들을 소개한다. J.K. 롤링이 카페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썼다는 이야기는 유명하고, 레이 브래드버리는 도서관에 비치된 유료로 사용해야 하는 타자기로 『화씨 451』의 초고를 썼다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의 작가들은 서재에서 글을 썼다. 나도 서재에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재. 영어로는 Library라고도, Study라고도 부르는 공간. 책을 비치해 두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공간. 나는 이 서재라는 단어가 가지는 울림을 좋아한다. 서재를 사랑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어릴 적 본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가 시작인 것 같다. 미녀와 야수에서 미녀를 맡고 있는 벨은 책을 좋아하는 소녀로 나온다. 벨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습은 책을 읽으며 서점에 가는 모습이다.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 야수는 벨에게 자신의 서재를 열어준다. 마음에 든다면 이제 여기는 당신 것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이때 보이는 서재의 모습이 어린 마음에 크게 자리 잡은 것 같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높이까지 뻗어있는 책장들. 그 책장을 빼곡하게 채운 같은 장정의 책들. 이 서재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내가 오랫동안 나만의 서재를 꿈꿔 온 것은.
2016년이 끝나갈 때 처음으로 오롯한 나만의 서재를 가지게 되었다. 한쪽 벽면에 책장 하나를 두고 반대편 벽면에 책상을 둔 것이 전부인 소박한 서재였지만 흡족했다. 아직 글을 쓰지 않을 때라 당시 나에게 서재는 책을 읽는 공간이었다. 일 년 뒤,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서재가 바뀌었다. 집이 작아지고 서재도 작아지면서 책장과 책상 사이의 공간이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단순한 이동이었다. 큰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서재에 오래 있기에는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책을 서재가 아닌 거실에서 읽기 시작했다. 서재는 서서히 책을 보관하는 창고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내다가 2022년 여름에 접어들 즈음 큰 결단을 내렸다. 안방과 서재를 바꾼 것이다.
안방과 서재를 바꾸기로 결심한 데에는 유현준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2021년 말에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인 셜록현준에 올라온 영상에서 한국의 아파트는 너무나 획일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신 것에 크게 공감했다. 남들과 똑같은 공간에 살면서 남들과 다른,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깨달음이 도끼가 되어 나를 내리쳤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돌아보았다. 나는 아무런 철학 없이 그저 남들처럼 가장 큰 방을 침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내 삶의 양식에 큰 침실이 클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니었다. 침대만 들어가면 충분했다. 나머지 공간은 불필요한 공간이었다. 대신 가장 많은 공간을 내어주고 싶은 것은 서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2020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점점 글을 쓰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작은방은 자유롭게 글을 쓰기에 한없이 답답했다. 이 집에 있는 공간들을 나에게 알맞게 사용하고 싶어 졌다. 가장 큰 안방이 침대방, 작은방 중 하나가 서재라는 통념을 깨 보기로 했다. 나의 세 번째 서재는 지금 집에서 가장 큰 방을 차지하고 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공간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서재. 이제야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집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재에서 글을 많이 쓰는가 하면 슬프게도 그렇지는 않다. 마음먹고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면 나는 항상 근처 카페에 간다. 왜 항상 집에서는 글이 잘 써지지 않을까를 꽤 오래 고민했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답을 찾은 것 같다. 글을 쓰기 시작했던 2020년, 아직 나의 서재가 작은방에 있을 때에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생각에 매번 카페에서 글을 썼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것 아닐까.
그런 기억을 떨쳐버리고 서재에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한 가지 희망은 지금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이다. 이 모임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혼자서 글을 쓸 때는 대부분의 글을 종이에 손으로 썼다. 핸드폰에 메모를 남기는 일은 있었지만 언제나 종이를 선호했다. 내 글은 나만 보았기 때문에 종이에 써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함께하는 분들에게 공유하는 글을 쓰고 있는데 종이에 쓴 글은 공유하기가 어려워서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오래된 데스크톱과 더 오래된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오래된 노트북은 전원을 연결하지 않으면 꺼진다. 그래서 노트북이지만 휴대를 할 수가 없다. 남은 옵션은 데스크톱뿐이라 모임에서 공유할 글은 카페에서 쓰지 못하고 서재에서 쓴다. 이 모임이 오래 지속된다면 서재에서 글 쓰는 일이 습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알렉스 존슨, 『작가의 방』,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부키, 2022.
디즈니, 『미녀와 야수』, 1991.
https://disneyplus.com/ko/browse/entity-97babebc-7013-455a-b377-aa3d7a6e79c1?sharesource=iOS
셜록현준 유튜브: 대한민국 아파트, 이렇게 좀 바꾸고 싶습니다.
https://youtu.be/P_2NjFbff-4?si=PEHim3z5dNPfLVZ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