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싶지만 왜인지 집에서는 책상에 앉기가 힘들 때, 멀리 집필 여행을 떠날 수도 없을 때, 가깝지만 새로운 공간을 찾아본다. 어딘가에 떠나는 기분으로 가서 차분하게 앉아 오래오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을 하나씩 수집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을지로에 있는 라이팅룸이다.
라이팅룸은 지난 3월 1일에 처음 다녀왔다. 일 년쯤 전에 인터넷에서 여기를 소개하는 글을 읽고 네이버 지도에 저장해 두었다. 바로 가보지 않고 시간이 흘러버린 이유는 시간제로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하는 곳이고 열려있는 시간도 길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작년 가을 즈음이었을까. 글쓰기 모임을 통해 친해진 친구가 나에게 이곳에 가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아직 가 본 적은 없다고 대답했는데 이때 막연하게 가볼까 하는 마음을 넘어 반드시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할 일이 없던 연휴의 마지막 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라이팅룸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오후에 두 시간이 비어있어 바로 예약을 하고 을지로로 향했다. 골목길에 있는 오래된 건물의 4층. 들어서니 커다란 통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통창을 둘러싸듯 길게 이어진 나무로 만든 책상이 있었다. 의자는 책상을 따라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만 놓여있었다.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공기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넓은 테이블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자유롭게 써도 되는 여러 종이와 만년필, 볼펜 등 필기구가 놓여 있었다.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이런저런 질문들이 적힌 종이도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와도 마음껏 무언가를 쓰다 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준비해 둔 곳이었다.
자리에 앉으니 창밖으로 을지로 골목과 하늘이 보였다. 자리를 안내해 준 분이 이 라이팅룸에 대한 설명서와 웰컴 티 그리고 쿠키를 가져다주었다. 설명서를 읽고 나서야 알았는데 여기는 내가 항상 만년필을 사던 베스트펜이라는 업체에서 운영하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이 쓰는 것을 더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고심해서 만든 공간이라고 쓰여 있었다. 따뜻한 허브티를 한 모금씩 아껴 마시며 만년필을 구경하고 방명록을 쓰고 아침에 쓰지 못한 모닝 페이지를 쓰다 보니 두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이날도 쓰려던 소설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소설은 쓰지 못했지만 마음에 드는 공간과 만났다. 통창 너머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골목을 바라보며 나처럼 글을 쓰러 온 사람들 사이에 앉아 홀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글을 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공간. 오직 쓰는 것만 생각할 수 있는 공간. 다시 가면 그때는 정말로 소설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