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강아지 구조를 위해 담장을 넘던 가을이 왔다

by TJ

(3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tjworld/22

---------------------------------------------


어렵사리 결정을 내렸다.


가을이를 구출하려 썼던 고민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부부는 퇴근길에 구해달란 녀석의 외침으로부터 정들었던 그 녀석이 꼭 우리 가족과 같이 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기만 하면 되겠다는 원래의 의도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정했다.


인터넷을 켜서 전국의 유기견 보호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조건은 안락사 없고, 매일 뛰어놀 수 있는 커다란 운동장, 우리가 언제든 찾아가면 가을이를 볼 수 있는 곳이면 되었다. 그리고 늦게라도 좋~은 주인을 반드시 찾아줄 그런 보호센터를 찾아내어야 했다.


한참을 수소문 끝에 멀리 강화도 쪽에 있는 유기견 강아지 시설을 찾았다. 사장님과 통화하여 적당히 상황을 설명드렸더니 우선 데려와 달라고 하셨다.

마침 다가온 주말을 틈타 아침 일찍 나서기로 했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집에 적응하지 않고, 새로운 그곳에 다시 적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미안하다고 연신 말하며 가을이를 차에 태웠다.

가을이는 차에 타면 좋은 곳으로 갔던 기억 때문인지, 어색해하지 않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뒷좌석에서 앉아있었다. 처음 경험하는 빠른 속도에도 멀미 없이도 늠름하게 앞을 쳐다보는 녀석이 너무 감사했다.

그럼에도 1시간 정도가 지나면서 지루해지는 탓때문인지, 한참을 낑낑거리더니 아가처럼 잘 들었다.


서쪽 끝인 관계로 군부대 통제를 받아 마을로 들어서서 마침내 가을이가 있을만한 그 장소에 도착했다. 좁은 곳에서 힘들었던 녀석을 운동장에 풀어두고 자유롭게 뛰어놀도록 두었다. 그 사이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하셨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만큼 잘 데리고 있다가 좋은 주인을 찾아드릴 거다. 먹이는 이런 걸 먹인다.. “ 등등 별별 이야기를 나눴다.


맘씨 넉넉한 사장님과 넓기 넓은 운동장,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녀석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도 괜스레 망설여졌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하는 나인 것에 괴로움이 나를 놓아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기 맘에 드는데?


와이프와 다시 또 고민을 거듭하면서 여러 번 결정을 번복하는 도중, 한참을 뛰어도 지치지 않고 우리에게 찾아와 같이 더 놀고 싶어 하는 가을이를 보면서 마침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부메랑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가을이의 원 주인인 아저씨와 거래했던 금액보다 수십 배의 금액을 더 지출하는 상황이 생겼지만, 행복해질 녀석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꺼이 지출했다.


그러고도 결국 밤까지 집에 가지 못하고 가을이와 놀았다.

왠지 사냥개…피가 흐르는듯한 뒷모습

집으로 오는 길에 도무지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행한 일인데도 우리 부부는 서로를 자책하며 왜인지 모를.. 그리고 서로 처음 보는 대성통곡을 했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갓길에 차를 세우고는 뒤에 두고 온 가을이를 한참 기억하며 그리워, 미안해 했다.


이 나이에 비로소 생명체에 대한 큰 책임감을 배웠다.

작가의 이전글하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