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3
놀면 뭐하니와 신서유기를 보다보면
나영석 피디와 김태호 피디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출연자를 골탕 먹이는 데
쓴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주 김장특집만 봐도
그렇고.. 제주도 낙오 투어만 봐도 그렇다.
가장 압권은 무한도전 시절 정형돈 몰카 사건인데
정형돈이 녹화에 성실히 임하는 지 알아보기 위해
서장훈 정준하가 무한도전 녹화 전날 수요일에 정형돈을 술자리에 초대한다.
4시간 거리에서 매니저도 없이 달려온 정형돈은
그들을 만나 소주잔을 입에 대는 순간 몰카는
끝나고 카메라가 들이닥친다. 멘탈이 털린 정형돈은 표정으로 욕을 하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공황 장애로 프로그램을 하차하게 된다.
이처럼 선한 의도를 공표하더라도
결국 출연자를 멘붕에 빠뜨리는 게 피디의 일이다.
리얼이란 이름으로 10년 간 방송가의 성공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오늘 KBS에서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있었다
메인 피디가 교체된 지 한 주만에 프로그램이
없어졌고 30명이 직업을 잃었다.
이것도 사실 몰카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오후 3시 경.
저널리즘토크쇼J PD가 페이스북에 프로그램 폐지와 자신의 해고(?)에 관한 글을 올렸다.
누가 봐도 선을 넘는 행동.
프리랜서 피디가 공식 계정에 자신의 거취에 관한 글을 올릴 줄이야. 겁쟁이인 나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그 선을 넘어서자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는 본의 아니게 노동 운동가, 투쟁자가 됐다
명분도 좋다.
전태일의 영상을 제작하며 비정규직 노동의
희생자가 된다는 건 얼마나 모순이며
드라마틱 한가.
그도 정규직이 되기를 바라진 않았다.
다만 K 경영진의 급한 의사결정에 관한
아쉬움을 표출했을 뿐.
과거엔 이런 일이 있으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열사가 되거나
아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PD는 담담히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같이 일했던 전우(?)들을 샤라웃 했다.
이런 작은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관계를 변화 시켜야 하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변하고 있다고 믿는다.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비정규직 제로” 사회를
외치며 인국공으로 날아갔다.
지금 그 구호는 틀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구호는
“비정규직-정규직 크로스”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업무 공동체로서
각자의 역할을 보완해나가며 하면 될 일이다.
위계질서가 아니라 상호 존중. 간단히 생각하면 군대에서 사관과 부사관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다
업무에 책임을 지는 사관과 전문성을 갖춘 부사관
말이다.
무조건 비정규직은 줄고 정규직이 늘어야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늘릴 필요가 있다. 임금과 안정성을 적절한 선에서 상쇄시키는 게 공정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노동의 형태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나오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반감이 든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비정규직의 눈물.. 말 한마디에 손쉬운 해고 같은 건 불가능하지 않지만 어렵다
나도 한때 프리랜서의 삶과 정규직의 삶 사이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관해 선배들에게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다. 결국은 이 분야에 전문성을 더 키우기는 어렵다고 생각해 책임을 갖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존중과 배려. 그런 삶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