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S 13기 PD 작문
옷도 잘 사입지 않고, 전자 제품도 잘 사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돈을 아끼지 않는 취미 활동은 인형을 모으는 일이다. 그것들은 기숙사나 자취방에서 항상 1순위를 차지했다. 이런 것들을 주변에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시선은 마치 무용한 것들을 좋아한다고 외치고 다니는 김희성을 보는 것과 같았다.
어느날 장성한 남자가 인형이나 모으고 있냐며 집에 있는 인형을 전부 폐기처분 시켜버린다면, 나는 전에 없던 상실감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인형을 모으는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을 왜 마음대로 정하냐며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가족이나 그에 준하는 지인에게도 공감 능력은 부족할 수 있는데, 하물며 완전히 남남인데다가 취재 의무까지 있는 언론인에게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일까.
유형의 것들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는 안기(HUG)다. 안는 행위는 더 이상 위협하지 않고 온전히 모든 것을 끌어 안겠다는 신호다. 내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절에도 안기를 통해 위안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이런 상징성 덕분인지 드라마에서도 자주 활용한다.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서는 두 주인공이 계약 결혼을 하는데 가족에게 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주 1회만 서로 안기로 한다. 첫 목적과는 달리 안기는 서로의 단점을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한국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도 신분차이를 극복한 애신과 유진이 서로를 끌어 안는다. 이처럼 안기라는 것은 거칠지 않고 굉장히 부드럽게 스며드는 소프트터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자들에 대한 취재 태도에 대해 거친 문자의 방법보다는 부드러운 안기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할 수 있는 언론 집단의 취재 기자들의 다소 거칠었던 취재 방법은 굉장히 유감스럽다. 그렇지만, 그들이 아직 1~2년차의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위안을 얻는다. 그들에게는 남은 날이 많기 때문이다. 준비생 기간에 사랑했던 것들을 다시 떠올려 보는 편도 괜찮을 것이다.
서로의 판단에 대해 쉬운 잣대를 들이대어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서로의 고통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서야 비로소 공감 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묻겠다. "당신의 나라에는. 유가족이 살아갈 자리가 있소?"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