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한터 백일장 논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하원의 지지를 얻어야만 하고, 김정은은 경제 제재 완화를 얻어내야 한다.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에서도 양국이 진전된 결과물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기민하게 행동하여 북의 비핵화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지난 25일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대북제재 해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그 전에도 할 수 있는 다른 조치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미북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스몰딜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제기하는 미북 간의 스몰딜 걱정도 이해는 된다. 미국은 이미 애치슨 선언으로 한국전쟁의 실마리를 제공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북핵에 대한 입장으로 FFVD를 고수하고 있지만, 북핵 완전 폐기를 이끌기 위한 강력한 동기가 없다. 제1차 미북정상회담의 결과가 ICBM급 미사일 발사장 폐기인 이유다. 당연하게도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보다는 미 본토와 자국민 보호가 우선이다. 실제 스몰딜이 일어날 때 남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묵시적으로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2의 한국전쟁이 언제든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지금은 정부를 중심으로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자유한국당은 일리 있는 주장을 하되, 동시에 극단적인 추측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이 북한에 대한 국민적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의 하나로 대북송금 관련 내용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거나, ‘핵 재앙’, ‘핵 인질’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적 힘을 모으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정부가 가진 목적을 공식적으로 세계에 알린 셈이다. 우리의 수를 파악한 적장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리의 패를 먼저 꺼낸 이상, 강한 압박을 통해 그렇게 되게끔 하여야 한다. 북한이 전 지구적, 인류적 관점에서 순순히 핵 폐기에 동참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정부는 말뿐인 압박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선도적으로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것도 카드가 될 수 있다. 확신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다.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경협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야당에서도 “시효가 지난 정책이니 새로운 차원에서 대담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적 상거래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은 제삼자 거래다. 미국이 북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주고, 북한이 핵 폐기를 실행하기 위해, 남한이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치러야 할 값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행동에 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