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영화진흥위원회 1차 필기 논술
거대 영화 체인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거대 영화 체인이 지역 영화관을 잠식하는 거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후 지역 영화관을 살릴 방안에 대해 작성하시오.
거대 영화 체인의 첫 번째 순기능은 한국 영화 산업 전체의 발전에 그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이다. 과거에 충무로를 중심으로 외국산 영화를 수입해서 틀던 시기에는 영화산업이 이렇게 발전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기업들이 영화관 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급격한 발전이 시작됐다. 자사 영화에 대해서는 제작과 배급이 동시에 결정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만들어 최대한의 효율성을 내기 시작했고, 멀티플렉스라는 개념을 만들어 영화를 보는 동시에 쇼핑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이에 발맞춰 정부에서도 "굴뚝없는 산업"이라는 명목하에 콘텐츠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부터 천만 영화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2019년 현재는 15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가 2편이나 등장할 정도로 성장했고, 100억대 제작비를 가진 영화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상업영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대기업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경쟁이 밑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 순기능은 비교적 균등한 품질과 서비스 일원화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영화관을 갈 때 절대 낯선 곳을 찾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이 찾는 멀티플렉스에 VIP회원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상당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사를 가게 되더라도 가까이 있는 타사 멀티플렉스를 두고 굳이 멀리까지 가기도 한다. 대기업이 이런 혜택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다수의 고객이 동일한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출 측면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꾸준히 관객의 수를 유지하고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멀티플렉스의 경우는 어디를 가더라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그것이 익숙한 고객들은 외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 순기능은 이런 거대 영화체인이 신기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리클라이너 침대가 들어간 영화관, IMAX, 4DX, SCREEN X, SOUND MX 등 다양한 특별관들의 존재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경험의 폭을 넓혀 준다. 이런 기술의 개발은 산학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산학 협력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도 거대 영화 체인을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실제로 SCREEN X는 CJ CGV와 카이스트 대학원의 합작으로 기획부터 실현까지 이뤄진 것이다. 대부분 특별관들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들은 소비자의 눈길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위해서 이런 기술에 집착할 수 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영화 산업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거대 영화 체인의 첫 번쨰 역기능은 과도한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최근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매표의 무인화 확대 부분이다. CGV용산의 경우에 인건비를 최소화 하기 위해 무인 매표 시스템을 전면 투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키오스크를 활용하기 힘들어하는 고객들이 있었고, 직원을 통해 이야기 하면 간단히 처리될 수 있는 부분이 끊임없이 딜레이 되는 대가로 비난을 샀다. 또한, 표를 검수하는 직원을 줄이는 무인 검표 시스템을 도입하고, 흔히 영화 시작 후 은근슬쩍 비싼 좌석으로 옮기는 "메뚜기 손님"을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 좌석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키오스크 내에서도 지류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종이 티켓을 꾸준히 모으던 관객들은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고객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거대 영화체인에 가는 것 외에는 그대지 매력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의 "관객 길들이기"에 그저 당할 수 밖에 없는 모양새다.
두 번째 역기능은 다양성 영화의 실종이다. 수직계열화는 효율성을 담보했지만 다양성 영화를 실종하게 만들었다. 1500만 관객 이상의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영화가 재밌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심하게는 하루에 30회차 이상을 틀기도 하는 독과점이 이런 수치를 일부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하루에 100만명이 넘는 관객몰이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를 의식한 대기업들이 아트하우스, 아트나인 등을 통해 다양성 영화 배급을 따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때가 많다. 사실 총 관람 인원 10만 관객이 넘지 않는 영화를 빈 공간에서 꾸준히 상영하는 것도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나마 관객의 인기를 끄는 다양성 영화들을 보기위해서는 새벽에 영화관을 찾아가거나 아주 밤늦게 도심에 있는 영화관을 찾아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거대 영화관이 지역 영화관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사실상 시장 논리에 의한 것이다. 부동산이라는 사업의 특성 상, 유동 인구 수 와 상권을 충분히 파악한 후 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례에 제시된 지역 영화관의 경우도 단지 지역 영화관이어서 거대 영화 체인이 흡수한 것이 아니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에 인수된 것이다. 심지어 현재 거대 영화 체인은 출점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에 권역별로 중점 지역을 커버하기 위한 입점 전략이 필수적으로 작동한다. 위의 출점 제한 정책과 같이 거대 영화체인의 무차별적인 흡수로부터 지역영화관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지역 영화관을 살릴 수 있는 첫 번째 방안은 지역영화관이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례에 제시된 인터뷰를 보면 추억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추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이 실제로 해당 영화관을 꾸준히 이용했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기 위해서는 단순히 추억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추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멀티플렉스가 영화와 함께 쇼핑,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에서 부터 시작했듯이 내부에 지역의 특산품이나 특별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외관부터 지역의 특색을 보여줘야한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의 경우에 지방에는 한옥으로 된 좌식형 스타벅스가 존재하기도 한다. 외부와 내부가 동시에 변해야만 거대 영화체인에 밀리지 않고 관객을 끌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조금 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거대 영화 체인이 크레딧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개인별로 평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지역 영화관은 위와 같은 맴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대신에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간 직접적인 서비스를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좌석별 충전기 설치 등 굉장히 사소한 것이다. 아주 작은 차별화가 관객에게는 지역 영화관을 찾게 만드는 큰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다.
세 번쨰 방안은 뜻있는 지역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 정책적인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위와 같은 것들을 가장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기업의 후원이다. 문화 사업에 후원함으로써 대내외적 인지도를 높이고 이에 따른 상생 협약을 체결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에서는 연대를 통해 거대 영화 체인에 맞서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