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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무 Sep 07. 2019

사회학 배워서 뭐하냐고요?
마케팅이요.

26살 사회학도의 마케팅 학습 도전기

"전공이란 그런 것 같다. 내가 욕할 수는 있지만, 남이 욕하는 건 못 참겠는 거"


 우연히 SNS에서 본 표현이다. 보면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학과 함께 하며 쌓은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느껴졌다. 내가 사회학을 선택한 계기는 생각해보면 참 단순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배운 사회문화 과목이 가장 재미있게 느껴졌고, 대학교에 가서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고 결심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내 선택에 점점 확신이 들었다. 내가 접한 사회학 이론들과 학자들은 정말 논리적이고 매력적인 표현으로 지식의 장을 펼쳤다. 특히 마르크스의 글쓰기에서 느껴지는 논리력과 문장력은 감탄을 자아냈는데, 다음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과학적 비판에 근거한 의견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양보한 일이 없는, 이른바 '여론'이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저 위대한 플로렌스 사람 (단테)의 다음과 같은 말이 항상 변함없이 나의 좌우명이다.

"제 갈 길을 가라. 남이 뭐라든.


 나는 사회학(Sociology)의 가치는 '창의적 관점'과 '논리적 전개'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사회학자들은 자신만의 창의적 관점으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고, 그 누구보다 자신감 있게 주장한다. 조금 우스갯소리로 표현하자면  "개소리도 논리적으로 하면 멋있게 보일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주변 사람들의 (악의 없는 순수한) 질문에 내 선택에 대한 의문,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났다. "정보사회학과? 거기 나오면 주로 뭐하는데?" 이런 질문에 나는 주로 언론사, 통계 쪽으로 많이 가고 일반 기업도 많이 간다고 얼버무려 답하고는 했다. 그리고 나중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중에 뭐해 먹고살아야 되지?" 물론 고민의 양만큼 열심히 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 아무리 '주관적으로' 만족할지라도 계속되는 주변의 의문과 질문들은 내 믿음과 흥미를 잃게 만들 수도 있구나.라고 말이다. 물론 그 당시의 나는 단단한 삶의 중심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들어간 독서모임이 나를 마케팅의 세계로 이끌었다. 조나 버거의 <컨테이저스>나 댄 히스의 <스틱>과 같은 책들은 소비를 통해 인간과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깊고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해외의 유명 마케터들이 대부분 사회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작은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사회학과 마케팅의 연결고리를 고민하던 중 어느 날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표현이 있었다.

 

"코딩이 유행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사회학은 디코딩(decoding)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디코딩 기술을 간단히 설명하면 단어의 의미와 구성을 파악하고, 이를 문맥에서 인식하며 문장에서 올바르게 사용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기본 소리 & 소리 혼합을 인식하는 기능이다. 그래서 디코딩 기술을 통해 학생들은 이미 익숙한 단어를 찾아내고 새로운 단어를 들을 수 있으며, 해독 기술이 없으면 학생들은 읽는 법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언어적 이론과는 별개로 내가 생각하는 디코딩의 본질은 '관찰'이다. 그 관찰의 대상은 내가 아닌 나를 둘러싼 외부환경 즉, 타인, 공동체, 사회라고 생각하는데 자신만의 관심분야라면 무엇이든 '관찰'은 환영할 것이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소비행동 역시 결국 '인간의 행위'이다. 본질적으로 '소비자'는 '사람'으로, '트렌드'는 '그 사회의 문화'로 귀결된다. 따라서 사람의 심리와 행위에 대한 원리를 알게 될수록, 사회 변화의 메커니즘을 알게 될수록 사회학과 마케팅의 연결고리는 강화된다. 


 사실 2년 전 학교에서 처음으로 마케팅 수업을 접했을 때 나는 마케팅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술' 정도로 치부했다. 무엇보다 기업에서 만들어낸 결과론적이고 사후 해석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마케팅이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져보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술'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마케팅이란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가치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았다. 즉, 그 상품이 가진 '진정한 가치' '진정한 근사함' '진정한 매력'을 바르게 전하는 것이다. 그 결과 클라이언트의 구매 의욕이 올라가서 구매에 이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심리는 '가치가 있는 것'은 사고 싶다, '가치가 없는 것'은 사고 싶지 않다. 단지 그뿐이다. 가치를 설명하지 않고 '사주세요'라고 연호해봤자 소비자는 절대로 사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너무나도 많은 관점과 해석이 존재하는 정보의 바다이다. 그 거대함에 두려움과 막막함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조금씩 알게 될수록 모험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갑자기 글을 쓰다가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루피가 생각났다. 사회학이 내 능력을 키워 줄 '악마의 열매'라면, 마케팅&세일즈는 대항해를 시작할 '모험의 바다'라고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원피스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험의 과정은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그 결과물이 의미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다.

.

.

.

그래서 결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회학과 마케팅을 '공부했다'라는 경험이 아니라, '공부하고 싶은 이유(WHY)'에 대한 고민과 '이렇게 하겠습니다(HOW)'라는 약속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정보의 바다에서 나의 방향키 역할을 해줄 '출판'과 웹툰에 대해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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