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
글을 쓰는 것은 인간의 수준이지만, 편집을 하는 것은 신의 수준이다.
첫 직장생활을 출판사에서 했다. 부서는 마케팅이었지만, 나 역시 카드뉴스나 카피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글을 써야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 능력이 부족해서 편집팀에서 일하는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많았다.
내가 쓰는 글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 번째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알기 때문에 당연히 상대방도 알거라고 생각하는 '지식의 저주'였다. 한 번 책을 읽게 되면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순수한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겸손함'의 부재였다.
두 번째는 나만의 '관점'과 그것을 통한 '결론'이 없었다. 아무리 글을 알고 쉽고 재밌게 써도 (물론 그렇게 쓰지 못했지만) 명확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는 흐지부지한 결론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 때부터 나는 글쓰기이든, 말하기이든, 행동을 통한 실천이든 인생에 가장 필요한 것은 편집 능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요즘 읽고 있는 책 <에션셜리즘>에 나오는 '인생의 네 가지 편집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의 기본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메시지나 줄거리를 모호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삭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좋아 보이는 것, 혹은 명백히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궁극적인 목표의 달성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앨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인생에서 선택지들을 없애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해서 아낀 시간과 노력을 정말로 중요한 일에 투입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커다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적은 단어들에 더 많은 의미를 집어넣은 일이 바로 편집인의 일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점은 무언가를 요약해서 한다는 것이 한꺼번에 많은 일들을 해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약에서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요소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한 활동을 빼내고, 그 빈자리를 의미 있는 활동으로 채워야 한다.
편집인의 임무는 잘라내고 요약하는 것 외에 교정하는 것도 있다. 교정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편집의 대상이 되는 작품의 본질적인 주제, 혹은 궁극적인 목적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일과 삶에서도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목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에 우리가 맡으려는 일이나 취하려는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면, 인생의 편집인으로서 그러한 것들을 바로잡거나 삭제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편집인들은 모든 것을 손대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것들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편집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편집인으로서 우리 역시 돌아가는 상황을 그대로 두어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 개입하려는 성향을 누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만히 기다리면서 일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 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글의 제목을 '인생의 편집인이 되고 싶다'고 나름 거창하게 적었다. 인생의 편집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활동을 잘라내고, 요약하고, 교정하는 것을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잘 편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나의 최종적인 목표는 인생을 잘 편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나의 삶이 한 편의 예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