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요가 다녀왔습니다』
가끔 제목만 듣고도 마음과 호기심이 확 쏟아지는 책이 있다. 신경숙 작가의 요가 에세이 『요가 다녀왔습니다』가 그랬다.
읽기 전에 "다녀왔습니다"라는 표현 하나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본다. 집을 나설 때 "다녀올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소중한 가족이 있을 것이고, 요가하러 가는 발걸음이 기분 좋았을 것이고, 왠지 반복되는 일상에 자리 잡은 소중한 루틴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왜 이 책을 그렇게 읽고 싶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설가가 요가의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표현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세심하게 느껴보며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요가를 다시 시작할 계기와 원동력을 얻고 싶었는지 모른다.
결론적으로는 그 계기와 원동력을 충분히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요가'에 대해서만 말하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말하듯이 이 책은 요가에 대한 책만이 아니다. 불균형으로 이루어졌던 작가의 몸과 마음, 계속되어야 하는 작가의 글쓰기, 그리고 요가를 하면서 만나게 된 다정한 이웃들의 이야기까지. 기쁨과 슬픔의 순간이 모두 담겨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가가 다음과 같이 말한 부분이다.
"나는 앞으로도 한사코 요가에 깊이 빠지지는 않으려고 할 거예요. 그 세계에 들어가면 세상을 다 잊어버린 채 나오지 않고 문을 잠가놓을 것 같거든요. 그만큼 매혹적인 세계입니다만 아직 다른 할 일이 좀 있어서 나는 이 상태로 여기 있겠습니다."
내가 요가를 하면서 느꼈던, 하지만 구체적인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 같았다.
요가는 분명 운동효과도 높을 뿐 아니라 마음 수련에도 도움을 많이 주어, 시간이 지날수록 몰입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너무나 매력적인 운동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그 세계에 너무 깊이 발을 들이면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많다.
치열한 현실의 일상을 살아가려면 때때로 독기와 치열함을 가지고 타인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고, 수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뎌야만 하는 상황에 나 지신을 내던져야 할 것이다.
요가를 수련하다 보면 그런 과정에서 쌓인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자칫 잘못하면 일상의 압박에서 매번 요가의 세계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가끔씩 생각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만의 경험과 관점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다녀왔습니다"라는 다정한 인사말도 이런 부분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압박감을 벗어던지고 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잠시 다녀오면 좋은 곳이지만, 내가 두 발을 딛고 굳건히 서있어야 하는 곳은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다.
추운 겨울날, 잠시 쉬고 있는 요가가 이 책을 읽고 더욱 간절해진다. 한 공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온기와 집중력이 그립고, 사바아사나의 편안함도 그립다. 그리고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머리 서기는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빠른 시일 내로 나도 나 자신에게 "요가하러 가요"라고 말하고 "요가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상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그 일상들을 가끔은 이 책의 문장처럼 따뜻하고 정성스럽게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