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문명 시대, 내가 지켜야 할 감각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맞이한 9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회사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팀장님의 퇴사였다. 구성원의 이직이나 업무 변동은 흔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지금 내 위치와 상태를 점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즈음, 즐겨 보는 인터뷰 채널 <최성운의 사고실험>에서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을 쓴 송길영 작가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마침 내 커리어와 연결해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인터뷰 링크 : https://youtu.be/8wT0ovsaaoc?si=Pyr2Oyf6hrzP0Ehd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불안과 권태'라는 키워드였다. 최성운 PD는 "옛날의 불안이 사라져도 지금의 불안은 존재한다. 불안이 사라지면 권태가 온다"라고 말했다. 이에 송길영 작가는 "불안과 권태는 추처럼 오간다. 불안할 때는 깊이 생각하고 쉬어야 하고, 권태로울 때는 '내가 뛸 때가 됐구나' 하고 각성의 계기로 삼으면 된다"고 답했다. 불안과 권태를 동시에 느끼고 있던 나에게 현실감을 일깨워 주는 대화였다.
'경량문명'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대규모 공개채용이 사라지고,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노동력을 대체하며, 개인 크리에이터와 1인 비즈니스가 늘어나는 현실. 송 작가는 이 흐름 속에서 "내 배움은 자동화를 넘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내가 이해가 안 되면 빨리 배워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결국 자동화에 대체되지 않는 능력을 갖추고, 대중의 흐름을 무조건 학습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인상 깊었던 말은 "나는 계속해서 4번 타자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이었다. 그는 "이제는 조직의 목표가 아니라 세상의 목표를 바라봐야 한다. 내가 만든 산출물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지, 고객에게 설득력을 지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모든 사람에게 '주도성'이 요구되는 시대임을 뜻한다.
또한 '파는 능력'에 대한 조언도 기억에 남았다.
첫째,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다면 파는 사람과 동행하라.
둘째, 고객의 범위를 확장하고 시장을 넓혀라.
예전에 회사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 ― 마케팅과 영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 를 떠올리게 했다. 마케팅은 물건을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고, 영업은 물건을 '실제로 파는 것'이라는 답변처럼, 나의 파는 능력을 점검할 시점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송 작가는 경력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말을 남겼다. "경력이란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고, 그것이 다시 쓰일 거라 기대하지만, 구조가 바뀌면 오히려 짐이 된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잊어야 할 때도 있다." 그는 기술 자체보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기예(技藝)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과 재주, 감각을 아우르는 '기예'라는 단어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인터뷰의 마지막에서 그는 "경량문명이란 매번 내가 누구와 함께 일할지를 선택하는 문명"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모든 만남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동시에 '본인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불안과 권태를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법, 변화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만들어가는 태도, 그리고 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가치와 메시지가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