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마법같은 글이 있다.

by 러브런치

시련이 닥쳐서 어깨가 축 처질때마다 보는 글이 있다.

나로 하여금 없던 힘까지 솟게하고 마음까지도 금세 추스를 수 있게 하는,

그런 마법같은 글이 내겐 있다.

수백 수천 번을 읽어도 처음과 같은 효과를 주는, 그런 기적같은 글이 내겐 있다.

바로 어머니의 편지이다.


2011년 겨울에 나는 학군단에 입단한 후 첫 입영훈련에 들어갔다. 생애 첫 훈련이라 얼떨떨했다.


입소하는 날 아침에는 훈련 복장으로 어머니께 씩씩하게 인사한 후에 보무당당하게 집을 나섰다.

두꺼운 군용 모양말도 거실 바닥의 찬 기운을 막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래된 주택의 2층 셋방은 한겨울의 칼바람이 너무나도 자유롭게 드나들었으니까.


계획된 시간에 맞춰 학군단 동기들과 송정역에서 집결하여 기차에 탑승하였다. 논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은 소란스러운 잡담으로 메워졌다. 나는 창문과 창밖을 번갈아 응시하다가 선잠이 들었다.


얼마 후 논산역에 도착했고, 우리는 질서 정연하게 하차하여 대기중이던 버스로 환승하였다. 훈련소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버스 안은 기차 안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그제야 모두가 첫 입소를 실감한 것일까, 신기할 만큼 고요했다.

흔들거리며 달리는 버스는 나를 비롯한 동기들의 사색으로 메워졌다.


훈련소에 도착하여 정신없이 입소식을 마친 후 내무반을 배정받고 개인관물대를 정리했다. 모든 행동은 신속하고 정확해야 했다. 처음이기에 당연히 저지를 수도 있는 작은 실수마저도 용납되지 않았다. 교관들의 고함은 쉴 새 없이 귀청을 때렸고, 나는 유체이탈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입소 첫날은 하루가 어떻게 갔는 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살얼음판 같았던 저녁 점호까지 끝나자 소등과 함께 침대에 드러누울 수 있었다.


자리에 누운 나는 눈앞에 켜켜이 쌓인 어둠을 뚫어져라 직시한 채 모포을 덮었다. 턱밑까지 끌어올린 거친 모포가 볼에 닿았다.

왜 그랬을까? 그 순간 콧등이 시큰거리더니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뜨거운 눈물은 구레나룻을 지나 귀를 적셨다.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베개까지 흥건히 적시고 나서야 그쳤다.

아마도 엄마가 보고 싶었으리라.


엄마가 없는 공간의 공기는 평소 같지 않았다. 뭔가가 부족한 공기였다. 익숙지 않은 공기는 나의 폐를 다 채우지 못했고, 거기서 온 공허함이 나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그때 나는 원초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어렸을 적 부모님과 떨어져 합숙 훈련을 하며 지냈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감정이었다. 이미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지만 하나도 성장하지 못 한 것일까.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그날 밤엔 쉬이 잠들지 못했다.


첫날만 그랬지, 나는 훈련소 생활에 금세 적응했다. 한겨울의 훈련소는 춥고 배고픈 공간이었지만 나는 꿋꿋이 훈련에 집중했다.


며칠 뒤 나에게 편지가 한 통왔다. 바로 어머니의 편지였다.

읽고서 한참을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한겨울의 칼바람은 일찍이 안방까지 스며들어 차디찬 공기로 좁은 집을 꽉꽉 채웠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비가 아까운 엄마는 보일러 한 번 제대로 틀지 못 한 채 얇디얇은 오래된 솜이불 한 장으로 추운 밤을 보내셨으리라.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할 때마저도 솜이불을 몸에서 떼어 놓지 못 하셨으리라.

매일 밤마다 일 때문에 수일에서 수개월간 집을 비우시는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리웠으리라.


편지를 쓰신 그날도 시퍼렇게 찬 새벽 공기를 뚫고 출근하기 위해 다 해진 옷을 여러껴입으셨으리라.

그리고는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쉽지 않게 써 내려갔으리라.

살갗이 유난히 얇은 엄마의 쭈글쭈글한 손이 편 위에 그려졌다.

참을 수가 없는 울음이었다. 입술을 깨물며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았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전투복 카라까지 흥건히 적셨다.


벌써 5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편지를 볼때마다 울컥한다.


자식에게 어머니의 영향은 어디까지인 걸까.

이 마법같은 편지는 나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줄 것이다.

나는 이 기적같은 편지를 수백 번 수천 번 읽으며 용기를 얻을 것이다.


한없이 감사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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