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교수님의 호출로 모교에 강의를 하러 갔다. 사실 그때만 해도 학교에 다시 돌아올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대학생일 때도 학교생활을 그리 성실하게 하지는 않았을뿐더러,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교수님과는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사업설명회에 참여했을 때 우연히 만나 뵀다. ‘10학번 노상훈입니다.’라고 인사드리니 그제야 기억을 떠올려 주셨다. 요즘 뭐 하냐는 질문에 전공 살리면서 독자적인 방향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 교수님에게는 ‘독자적인’이라는 단어가 흥미롭게 와 닿은 듯하다.
강의 전 교수님과 차 한잔하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아직 크게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선배인데, 후배들 앞에서 강의를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수님은 “네가 걷는 길도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사람 필요하지 않냐는 물음에 너무 필요하다고 너스레까지. 언젠가 규모가 확장되면 후배들의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나 교수님이나.
“국어국문학과 졸업하면 뭐 해요?”
라는 질문을 살면서 많이 받았다. 으레 대답은 같았다. 극소수의 천상계 학우들이 교직. 그 외 전공을 살리려는 일부는 기자, 국어 강사 등. 대다수는 전공과 아무런 관련 없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후배들에게 졸업하면 뭐 할 건지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배들에게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도록, 먼저 내 자랑을 깔고 들어갔다. “저는요. 지역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작가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50명 정도 되는 단체 규모를 자랑하고 있죠. 또 여러 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인정받아 이번에 시장상도 받았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에게 할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믿고 들으셔도 될 겁니다.” 그렇게 업계에 발을 들인 뒤로 여기까지 온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시작은 작가 커뮤니티였다. 나는 글을 취미로 쓰는 청년들을 모아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콘텐츠가 글쓰기라 조금 특이할 뿐이지, 흔한 독서 모임이나 친목 모임 같은 동아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나 또한 지금만큼 활동에 진심이 아니기도 했다. 그때는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더 의의를 뒀다.
그러다 우연히 청년 활동을 지원해 주는 사업의 존재를 알게 됐다. 심심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찾아낸 정말로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 문득 ‘우리는 작가 커뮤니티인데, 우리 글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을 모으고, 기획서를 쓰고, 면접을 봤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최종 합격. 첫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 반경을 넓혔다.
사실 정말 소소한 규모의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프로젝트에 대한 파급력은 꽤 큰 편이었다. 생애 처음 인터뷰도 당해보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도 해보고, 관련 주제로 강의도 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 또한 제법 좋은 평을 받았다. 그때부터 생각이 들었다. ‘이쪽 길을 한번 개척해 볼까?’
후배들에게는 큰 카테고리로 내 직업을 네 가지 정도로 소개했다. 작가, 출판편집자, 문화기획자, 인문학 강사.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더 많은 직업들이 존재했다. 모든 것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프로젝트 하나를 수행할 때 생각 이상으로 그 안에서도 얻는 게 많다는 걸 인식했다. 나는 후배들에게 일렀다. ‘자,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었는지 경험담을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