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재비의 쉼이란…
8월은 제법 길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한적하게 보낸 건 아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바빴으면 더 바빴지. 꾹꾹 눌러 담은 하루가 한 달 내내 지속돼서 더 길었다는 느낌이 드는 걸 수도 있다.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있다. “하루 더럽게 안 끝나네.”
쉼이니 멈춤이니 하는 얘기를 특히 많이 들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더불어서 공업도시인 울산은 매일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나. 그냥 쉴 줄 모르고, 휴일에는 뭔가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해 못 참는 사람들. 물론 자기만의 휴식 루틴을 잘 만들어 놓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단지 그 범주에 내가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퍽 유감스러울 뿐.
늘 일에 크게 힘을 쏟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래저래 놀다가 글 조금 쓰고, 한 번씩 멍때리다가 작업하고. 듣고 싶은 교육, 보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활동 다 찾아서 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일하는 데 시간을 그렇게 많이 쓰나 싶기도 하다. 하루에 8~9시간 회사에 갇히는 것에 대비되는 자유분방함. 지금의 삶에 나름대로 만족하는 이유다.
한 가지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회사라는 창살을 벗어나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직장인들과 달리 내게 창살은 일상 내내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원하는 것들을 다 하고 다니지만, 그것을 100% 즐기지 못하고 반쯤은 ‘해야만 해’라는 의무감을 달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이 감정이 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허나 그렇게 함으로써 나오는 결과가, 맺는 열매가 아름답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달에 맛본 열매들도 제법 달았다. 단지 나 자신도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너무 지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