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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 Dec 15. 2023

아무것도 안 하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나를 보자니..

가열한 하루를 보낸 뒤 끝자락에 몰려오는 공허와 고독. 공백의 시간을 어떤 걸로든 채워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 이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하던 개인적인 고민들이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계속 모색하다 보니 이제는 습관 내지 버릇, 필연적인 사고가 돼버렸다. 공허와 고독을 희석하기 위해 무리해서 새로운 걸 전개하고, 어떻게든 공백의 시간을 채워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란 걸 증명한다. 이는 내적이든 외적이든 입증해야 할 사안이다. 내적인 증명은 내게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 주고, 외적인 증명은 타인과 세상이 내 존재가치를 인정한다.

'내 새벽이 예뻐졌어요.' 아직까지 생각나는 어떤 작가님의 문장 中. 여전히 내게는 애증의 시간인 새벽을 빛나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내 일상은 심사의 연속이었고, 쉼이 없을수록 자부심을 느꼈다. '아~ 이번에도 못 쉬겠네'라는 너스레가 도저히 진심으로 그렇지 못해 괴롭다는 사람의 어감은 아니었다. 이미 몸과 정신은 과부하의 영역에 있었음에도, 나는 증명의 과정에서 오는 만족에 더 큰 가치를 매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게 다행인 점이다. 아니,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측은한 이야기다.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굳이 '방법'까지 찾아야 한다? 나름대로 현명한 답변이 필요한 고민이지만, 나조차 세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고민에 공감할까 싶었다. 그야말로 우문(愚問)이고, 기우(杞憂)인 셈이다.

분명히 나한테도 여유가 자연스레 밴 시절이 있었을 텐데...

한동안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질문을 계속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 질문의 받는 당사자는 심각성을 얼마나 인지할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게는 당신의 아무 맥락없이 으레 당연시하던 생각도 현답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현재 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임과 동시에, 과거의 애틋했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에 필요한 것은 세상을 좀 더 단순하거나 아름답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점이다. 내가 볼 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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