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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 Jan 11. 2023

우당탕탕 첫 번째 기획 스토리①

「글쓰기 모임 W」의 첫 출판 프로젝트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최종적으로 공모 사업에 선정됐으며, 거기서 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만 후일 내가 맞이할 고민과 스트레스를 생각해 보면 기쁨은 찰나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일을 벌였으니 내가 내뱉은 말을 수습해야 할 터였다. 최종 선정 통보를 받고 며칠 뒤, 내 통장에 사업비 200만 원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월급을 제외한 몇백만 원 단위의 돈이 통장에 꽂히니 여러 의미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난 우리 팀이 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는지부터 다시 곱씹었다. 우리는 지역에서 글 쓰는 청년들이 더 많아지길 바랐고, 다들 버킷리스트에 으레 하나쯤은 있는 '내 이름으로 된 책 내기'라는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내 글이 책 형태로 나오는 경험을 해보면 앞으로도 글쓰기에 욕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다만 이렇게 되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글을 써 본 적 없는 청년들의 첫 시작에 대한 망설임 극복'이다(실제로 이 부분은 향후 진행할 많은 출판 프로젝트의 현재진행형 문제점이 된다).


의외로 많은 청년이 '글쓰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지 않나?' '글쓰기라는 거 어려운 일 아냐?' 등 진입 장벽을 느낀다. 나야 물론 전공이 국어국문학과인 것도 있지만, '언어로 소통하는 생물인 인간이 글 쓰는 걸 못 하면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주의다. 물론 그렇게 막연하게 어렵다 느끼는 청년들이 말하는 글은 기성 작가들처럼 수려하고 표현력 좋고 잘 읽히는 글임을 안다. 우리가 서점에 가 사서 읽는 책에 담긴 표현들은 속된 말로 "싸지르는" 글과 궤를 달리한다. 처음 써보는 청년의 입장에서도 작가가 쓴 글과 자신이 쓰는 글은 다르니까 '나는 이렇게 못 쓸 거야'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한가득 담기고 시작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한결같이 대답했다. "그 작가들은 날 때부터 잘 썼을까요? 재능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이 쓰셨을걸요?" 내 역할은 프로젝트의 총괄 담당자로서 프로젝트의 과정 전반을 살피는 것이지만, 참여 청년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고 '쓰기'라는 행위를 시작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있었다. 즉, 일단 펜을 들고 종이에 한 글자 쓰게끔 부추기는 것이다.


‘어떻게 처음 온 청년들이 글을 한번 쉽게 써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전공을 살려 글쓰기 연습 양식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매주 모임을 ‘글쓰기 원데이 클래스’로 명명하고, 찾아온 청년들이 양식을 활용해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어떻게 써야 수려한 문장이 될까?’보다는 ‘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시작하게끔 양식도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당장 어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게 목적이었다. 강사 일도 겸하는 현재, 이 양식은 내 강의를 할 때 여전히 쏠쏠히 활용하고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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