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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 Jan 21. 2023

문화기획자의 수익 구조

문화기획 돈 안 되는데? 그럼 어디서 돈 나오는 우물을 팔까?

울산은 2022년 말엽, 광역지자체 최초로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됐다. 앞으로 5년간 울산이 어떻게 문화도시를 만들어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적어도 이 시점에서 나는 ‘문화기획자를 더 많이 발굴·육성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에 대한 우대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획자가 자생할 수 있는 구조와 체계를 만들어 지역에서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될 수 있게끔 조성하는 게 문화도시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울산이 제시하는 문화도시의 추진 목적 및 필요성. 의도는 좋은데,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될지?


비즈니스로 만나긴 했지만 워낙 막역한 사이가 돼서 친구로 지내는 업계 종사자가 한 명 있다. 매번 만날 때마다 업계 이야기를 빼먹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친구가 종종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업계 현실의 토로다.

"기획 일 솔직히 돈 안 되잖아? 백날천날 프로젝트 돌려도 니 손에 얼마나 떨어지냐."

공모 사업으로 프로젝트를 전개할 , 기획자의 아이디어 창출·프로젝트 운영  관리에 대한 보상은 사업비로 책정이 불가했다. 별도의 금전을 챙겨갈  있을 만큼 금액이  사업들도 아니었거니와, 대체로 '대표  내부 직원에게 인건비를 책정할  없다' 예산 편성 기준에 명시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간담회나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할   '기획자에게 확실한 보상이 없다면 그들의 탈울산이 가속화되고 결국 울산 문화인프라는 계속 제자리일 '이라고 역설하곤 했다. 실제로  또한  벌려면 울산보다 인프라가  지역에서 일해야 하나 (아직도) 고민 중이니까. 냉정하게 아직 크게 변하는  없어 보이나이번 문화도시 선정을 계기로 약간이나마 업계의 개혁이 있길 바라는 수밖에.


전술했듯 지역에서 돈 안 되는 문화기획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럼 나는 지금 뭘 하면서 먹고 살고 있는가? 사실 회사에서 가자는 대로 따라가면 월급이 꾸준히 꽂히는 직장인과 달리, 프리랜서는 자기가 갈 길을 직접 찾아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모험을 해야 하고, 벽에 막혀 그걸 뚫어낼 때마다 괴로움을 동반한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게 메리트랄까. 아무튼 기획자로서 수익 구조는 대략 이렇다.


1) 강의

첫 강의는 2020년 기획자로서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 팀은 프로젝트 홍보를 위해 「글쓰기 모임 W」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활동 일지를 꾸준히 업로드했다. 첫 강의는 우리의 활동을 보고 기관에서 먼저 DM을 보낸 것으로 이뤄졌다. 글쓰기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니 글로 스토리를 구성하는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사실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해 본 건 대학생 시절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교사밖에 해 본 적 없었는데, 그때의 내게 '낯섦, 두려움, 막연함'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됐음에 흥미가 생긴 건 물론, 언젠가 내 앞날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 심리로 제안을 수락하는 데 큰 고민은 필요 없었다.

2020년 11월 울산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진행한 첫 특강

이 강의를 시작으로 다른 기관이나 기업에서 여는 특강에 연이어 초빙됐고, 이제는 '인문학 강사'가 하나의 직업이라고 말할 정도는 됐다고 판단한다. 지금은 글쓰기·국어학·스토리텔링의 기초를 주로 강의하지만, 기획자 일을 하면서 새롭게 접한 여러 가지를 커리큘럼으로 만들어 강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2) 외부 의뢰

강의를 다니거나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이따금 의뢰가 들어온다. 책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도 있고, 책에 들어갈 자료를 아카이빙(업계에서는 '기록'이라는 의미로 쓰인다)해 달라거나, 책을 출판하려고 하는데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기 전에 교정 교열 한번 봐달라거나. 나는 주로 출판과 관련된 업무를 하므로 이와 연관된 의뢰가 들어오지만,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분들은 각자의 분야에 특화된 일을 할 것이다.

기획자의 수익 구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그 분야의 기술적인 면을 필요로 하는 거래처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으레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내 경력은 공모 사업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1, 2년 차까지는 용돈벌이 수준이었지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프리랜서로 전업할 정도의 쏠쏠한 수익이 됐다.


3) 글 쓰는 일이라면 뭐든 OK!

이외에도 수익 명세를 살펴보니 다방면으로 내 역량을 살렸음을 알 수 있었다. 지자체의 블로그 기자단 소속으로 취재 및 원고 작성, 언론사에 칼럼 기고, 비평문 작성 아르바이트 등 내 글을 팔아 돈을 번 사례가 꽤 있었다. 혹은 공모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비로 밥 한 끼, 커피 한 잔 먹고 마시는 것도 굳이 하나로 엮자면 소박한 이익이겠다.

공모 사업은 앞으로도 브런치를 통해 다룰 썰들이 많으니 차치하더라도,  「글쓰기 모임 W」활동을 비롯해 지역의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문화기획 활동을 하다 보면 그와 관련된 소개도 틈틈이 들어온다. 돈만 준다면야 뭔들 못하리. 하물며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인데. 이런 글 쓰는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할 수 있게 된 것도(물론 계속 일을 탐색하기도 하지만) 이제야 지역 내에서 이 분야에 인지도가 쌓였음을 방증한다.

지역 언론사에서 '청년 공감'이라는 꼭지로 칼럼 연재 중. 대략 6주에 한번 꼴로 글이 업로드된다.

이제는 그나마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는 됐다고 해도, 업계에 발 들인 초창기에는 반 프리랜서로 직장과 병행해야 했다. 많은 문화기획자, 프리랜서가 답습하는 루트라는 생각이다. 결국 나라는 상품의 가치가 높아져야 수요도 있을 테니, 그 과정에서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돈 벌기와 경력 쌓기를 동시에 행해야 할 터다.

물론 지금도 불안정하긴 매한가지다. 일거리가 쏟아질 때는 두 달 치 월급을 벌었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말 알바 정도일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라면, 이제는 이 일이 'Ram'이라는 작가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돈을 벌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이름값을 높여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형태다. 거시적으로 볼 때 이게 곧 미래에는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올 거라 예측한다. 그러니 지금은 이 불안정한 파도 위에 올라타 서핑을 배우는 시기가 아닐까? 언젠가 지역 최고, 전국 최고,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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