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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 Jul 14. 2024

N잡러를 자랑하고 싶지 않다

직업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

프로 N잡러. 요즘 많이 쓰는 단어다. 이제는 본업 하나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인 만큼 여러 부업을 두는 경우가 흔하다. 본업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수입 때문에 겸하는 아르바이트도 포함될 수 있겠으나, 단발성이 아닌 어느 정도의 지속성을 가져야 '잡'이라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긴다. '프로 N잡러'라는 단어는 거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여러 분야·직업에 전문성을 가진다는 뜻이니 말이다.


과거 내가 받은 인터뷰나 쓴 자기소개서를 한 번씩 다시 살피면, 유달리 여러 개의 직업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작가·편집자·기획자·강사·퍼실리테이터 등 주절주절 열거돼 있는 다양한 직업들. 여러 가지를 할 줄 안다는 게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기도 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내 다재다능함이 부각되길 바랐다.

내 명함 뒷면에는 할 줄 아는 것들을 나열해 뒀다.

사실 좋게 말하자면 멀티플레이어지만, 전술했듯 모든 분야에 프로페셔널해야 '프로 N잡러'를 자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안 된다면 그저 허울뿐이자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일 뿐이고, 이것저것 찔러만 보는 간잽이의 이미지가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에 와서 내가 N잡러를 자랑하고 싶지 않은 이유 또한 이로부터 비롯된다. 내 여러 직업 중 하나를 골랐을 때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동종업계에서 내 역량은 압도적일까? 그렇게나 여러 가지를 하는데?

이를 위한 해결 방법으로, '퍼스널브랜딩'을 선택했다.

내가 하는 일의 모든 교집합이 나로서 거듭날 필요가 있었다. 이게 창업이나 브랜딩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 '포지셔닝'의 일종일 거다. 앞서 제시한 여섯 가지의 직업, 이들을 모두 엮어냈을 때 1순위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내가 되길 바랐다. 이 때문에 나를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책형」이라는 브랜드를 최근에 만들어 브랜딩을 시작했다.

브랜드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단순히 프로 N잡러라고 자칭하는 것보다는, 내가 왜 N잡을 가지게 됐는지와 가질 수밖에 없는지를 클라이언트가 납득할 수 있게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단순 N잡러는 당장 클라이언트가 어떤 일을 맡길 때 전문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직업 간의 연계점을 확보하는 게 필연적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저는 디자인을 할 줄 알고, 마케팅을 할 줄 알고, 편집을 할 줄 알아요.
VS
저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적어도 내가 보기엔 후자가 더 이 브랜드의 역할이 직관적으로 보이고 전자보다 전문성 면에서도 설득력이 더 부여되는 듯 보인다. 이 1인 출판사만이 가진 차별점으로 브랜딩까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디자인·마케팅·편집이 대체제를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반면, 1인 출판사 브랜드는 정체성만 확실하다면야 누구도 대신 역할을 할 수 없을 거다. 나는 「책형」이 그런 브랜드가 됐으면 하며, 이제 남들에게 N잡러보다는 「책형」으로 불리길 바란다.


https://www.instagram.com/check._.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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