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다른 환경,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전라북도 부안군이다. 작년에는 잼버리, 올해는 지난달 일어난 지진으로 설명 가능한 지역일 거다. 어째 이렇게 보니 좋은 정보는 왜 없나 싶기도 하지만, 국립공원인 변산반도가 이 지역에 있고, 새만금 자체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국내 여행이 취미인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아주 생소하거나 낯선 지역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부안까지 온 건 약간의 사연이 있다. 전북 청년 취업캠프가 부안에서 열리는데, 운영을 보조할 강사를 구한다는 정보를 강사 단톡방 통해 입수했다. 때마침 캠프일 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출장이 예정돼 있어, 전라도로 넘어가는 김에 이 일까지 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벌고, 새로운 지역 탐방도 하고. 담당자님께 프로필을 메일로 보냈는데, 답변이 아직도 선명하다. "울산에서 여기까지 오실 수 있으세요?"
광주 출장일과 겹쳐서 가는 데 지장 없을 것 같다는 회신에 이어 보조 강사로 확정됐고, 부안으로 출장가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당일치기로 염두에 뒀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굳이 취재거리를 늘려 숙박으로 바꾸고, 출근하는 센터의 근무 일자를 조정했다. 대략 3일 간의 전라도 일정은 이제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부안에서 광주까지 약 두 시간, 광주에서 울산까지 약 네 시간. 집에 돌아가는 게 걱정이긴 하다.
2024년이 절반 흐른 시점에서 제법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다. 부산·대구·광주 등 광역시부터 시작해, 김해·부안 등 기초자치단체까지. 하반기 중에는 충청도에도 갈 일정이 있다. 모두 일 때문에 가는 거지만, 늘 여행 간다는 마음이다. 울산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나. 어지간히 고여있었다는 느낌이다.
어제 일을 마치고 다른 선생님들 및 청년 참가자들과 짧은 회식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전라도에서의 생활과 문화는 퍽 흥미로웠다. 분명 같은 대한민국인데, 여러 모로 다른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라도 사람들의 특성부터 시작해 관심분야, 도내 각 지역에 대한 이야기 등 여태 몰랐던 새로운 정보들이 많았다. 물론 그들에게는 내 입에서 나오는 울산 이야기가 또 생소하게 다가왔을거다. 기억에 남는 게, "울산에서 파는 게 상어고기인가요?"
로컬 탐방의 재미는 여기서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평소에 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을 보고 듣고 느끼며, 그를 통해 작용하는 식견의 확장은 자신에게도 도움이 많이 된다. 경험치가 쌓이고, 인격체로서 레벨이 오르는 기분이다. 구태여 해외의 다른 나라, 다른 인종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경험할 수 있다. 당장 지역만 달라도 많은 차이가 체감된다. 나는 제대로 서해를 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 제법 감격스러웠지만, 청년 참가자는 동해가 너무 예뻤다며 언제 한번 또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서로가 위치한 범위 내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경험의 차이인 만큼, 바깥으로 벗어나야 새로운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신대륙 개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이곳을 떠나면 다음에 언제 또 올지는 모르겠다. 광주야 매달 간다지만, 광주에서도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지역이라 나를 잡아끌 계기가 필요할 듯하다. 또 아직 못 가 본 대한민국 지역들도 많고 말이다. 아직 돌연변이로 살아남으려면 지역을 가리면 안 될 듯하니, 다음에 또 타지에 가서 일할 새로운 기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