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M May 23. 2024

2024년 4월 월기(月記)

더 할 수 있잖아. 나는 알아.

월기를 쓰려고 앉을 때 도통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있다. 대개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거다. 딱히 쓸 말이 없을 만큼 별다른 특별함 없이 보냈거나, 내 한 달을 돌아볼 심적인 안정과 여유가 없었거나. 이번에는 양쪽 다 해당하는 것 같지만 대체로 후자인 듯 보인다.


이럴 때마다 취하는 행동은 전달 월기와 한 달 일정을 다시 살피는 것이다. 지난달 직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무리했는지와 이번 달 일상을 연계하면 어느 정도 한 달간 내 정서를 파악할 수 있다. 음, 나름대로 3월의 마무리는 사기가 충전했던 것 같다. 그럼, 4월은 어땠을까… 이래저래 분주히 보내긴 했다.


직장인들 출근 시간에 미적미적 일어나서 일과를 소화하고, 퇴근 시간대가 되면 내 머릿속도 뿌연 안개 속에 갇힌 느낌이 든다. 때로는 발상을 짜내기 위해,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억지로 야간작업을 하기도 한다. 언제나 작업은 마감 직전에 부랴부랴. 머리만 대면 자는 게 불면증은 이젠 옛말. 무엇보다도 특별하거나 필요해서가 아닌 이상은 타인의 개입 없이 온전히 내 존재만으로 주어진 일을 마무리한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도 고충을 얘기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사실 외롭다는 생각이야 늘 하는 건데, 현 사회의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독을 또 품고 있지 않겠나, 다들 각자의 고충이 있을 텐데 나 혼자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도 쪽팔리는 일이다. 사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사리 남들에게 꺼내지 못하는 게 꽤 오래전부터 길들인 버릇 내지 습관인 터라 그런 것도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안개 너머를 헤치는 것도 늘 내 숙제다. 겨우내 길을 찾아 끝자락에 당도했는데 막상 가보니 아무것도 없기도 하고, 생각보다 짠 보상에 이거 얻자고 그렇게나 분투했나 현타가 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었다고 애써 자신을 다독인다. 4월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성공하려면 가리는 것 없어야 하고, 하나하나에 의미와 경험을 찾아야 한다’이다.


열심히 하긴 했지만, 더 할 수 있었을 거다. 나는 안다. 지치고, 힘들고, 외롭고, 피로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흘려보낸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처럼 읊조린다. 더 이상 이 읊조림이 자조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2024년 4월의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