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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 Jul 03. 2024

지역 시민과 예술가가 하나 되는 공간, 오픈스페이스 배

※본 포스팅은 ‘부산시 뉴미디어멤버스’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부산광역시 중구 동광동에는 인쇄 업체가 밀집된 인쇄 골목이 있습니다. 부산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이자 랜드마크인 40계단도 근방에 있는데요. 주요 관광지가 있고 인쇄물을 취급하는 업체가 많은 곳이다 보니 문화적으로 뭔가가 위치하기에 적합해 보입니다. 인쇄 골목 내에 위치한 전시관 ‘오픈스페이스 배’는 오래된 건물을 전시관으로 새활용한 공간인데요. 지역 예술인이 활동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이 조성돼 있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선우훈 작가의 개인전이 운영 중입니다.

때마침 방문한 ‘오픈스페이스 배’ 현장에서는 선우훈 작가의 개인전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2014년에 웹툰 작가로 데뷔했고 2017년부터는 미술 작가로도 활동을 하는데, 이번 개인전 ‘RGB : Read Game Book’은 현대 미술과 웹툰 간의 어떤 교집합 같은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실제로 현대 미술과 웹툰의 조화를 위해 미술계에서도 종종 찾는 작가님이라고 하는데요. 미술의 디지털화‧게임으로의 2차 창작 등 다방면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보인 전시였습니다.

직접 키보드나 마우스로 움직이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선우훈 작가님 인터뷰 중
“게임 잡지를 보면서 상상하는 재미를 느낀 적이 있어서 이런 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옛날부터 싸이월드 감성 같은 것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부산에서도 만화를 예술적으로 승화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제가 아무래도 현대 미술과 접점이 있기도 하고 해서 첫 번째 타자로 이렇게 전시회를 열었어요. 또 전시뿐만 아니라 직접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화를 그리거나 판매하는 행사까지도 확장하고 싶어서, 오픈 이벤트 때 관계자분들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도 가졌어요.”
거주지로 수명이 다한 공간을 전시관으로 새활용한 게 인상적입니다.

※‘오픈스페이스 배’ 관계자 인터뷰

Q. ‘오픈스페이스 배’의 역사

A. 처음에는 배밭에서 시작했어요. 기장 정관신도시 쪽 어떤 배밭에 있던 축사를 개조해서 들어갔던 게 2006년쯤이었죠. 땅 주인과 어떻게 이야기가 잘 돼서 빌려서 머물다가 거기가 개발을 하게 돼서 쫓겨났어요. 그때 당시에는 서울에 비해서 부산은 미술관도 생긴 지 얼마 안 되고, 또 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여서 또 다른 대안적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에 대안 공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시작했죠. 지금은 미술관이나 이런 곳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어서 대안 공간이라는 이름 자체에 대한 의미들이 많이 없어졌기는 하지만, 그런 의미를 다시 현재에 좀 찾아보고 싶다는 어떤 방향성을 좀 가지고 있어요.

MBTI 검사를 통해 내 취미를 추천해주는 작품입니다.

배밭에서 쫓겨난 뒤 해운대에 있는 한 프랑스 레스토랑의 지하주차장에 들어갔어요. 지하주차장에 기생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주차장을 개조해서 전시장으로 만들었고, 거기서 프로그램이나 전시를 운영했죠. 그때 당시에는 아마도 도움을 받아서 좀 싸게 임대해서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여기는 카린갤러리가 쓰고 있고 세 번째 이사를 온 게 지금 여기 ‘오픈스페이스 배’입니다. 여기는 2019년쯤 왔어요.

선우훈 작가님의 작품은 QR코드를 스캔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Q. 부산에서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서

부산에 큰 행사들은 많다고 생각해요. 비엔날레나 영화제 등 유명한 게 많지만, 그 외에 민간이 운영하는 작은 공간은 부산 땅 규모에 비해서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갤러리는 많은데 비영리의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은 너무 적어서, 이게 좀 더 생겨야 하지 않나. 또 많이 생겼는데 한 1년 안에 빨리 빠르게 사라져서 뭔가 이 공간이 있었다고 하기에는 정보를 찾기 어려울 만큼 너무 짧은 시간 운영이 되었던 것 같구요.

사실 이런 질문을 좀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외부에서 봤을 때는 부산이 행사나 콘텐츠가 많을 것 같은데 막상 와서 전시를 보더라도 볼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보니까 외지인 분들은 그런 질문을 좀 많이 해 주시는 것 같아요.

공간의 구석구석에 작품이 마련돼 있습니다.

Q. 앞으로의 방향성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공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 많이 알려지거나 누군가가 찾아오는 공간이 아니라, 더 안 오게 되고 그냥 반성만 남아 있는 어떤 공간이 되는 것 같아서요. 일단 제가 느끼기에는 그냥 사람들이 쉽고 자유롭게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 외의 어떤 방향성은 최근 대표님이 말씀하신 바로는 공간을 같이 운영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다 보니까 각각의 주체들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생각하는지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예를 들어 공간이 하나인데 ‘우리 공간은 이것만 해야 해’가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지금까지는 미술만 고집했던 것도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들도 많이 하고 있고요.

이번 선우훈 작가님 전시도 외부 기획이거든요. 저희 외에 또 외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다양하게 뭔가 실험할 수 있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그냥 공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민간 공간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공간은 사람의 손때가 타야 생명력을 가진다는 말이 있듯이, ‘오픈스페이스 배’ 또한 새로운 생명력을 공간에 부여하면서도, 그 수단으로 문화예술인의 활동 영역을 마련하는 걸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면으로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픈스페이스 배’를 통해 많은 지역 예술가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픈스페이스 배’ 찾아오시는 길 : 부산광역시 중구 동광길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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