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홀로서기
서른 번 넘게 맞이한 여름 중 가장 악질적이었던 여름이 마침내 저물어 간다. 우리 집은 매년 여름을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한 대로 보내왔는데, 이제는 그러기도 마냥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날씨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새벽은 선선했는데 올여름은 밤새 선풍기를 틀어놔야 한다. 그래도 요즘은 밤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됐다.
이런 악랄한 한여름의 열기와 더불어, 다시금 유행한 코로나에도 오랜만에 편승해서 상반기는 다소 심심하게 보냈다. 짧은 휴가를 갔다오거나 집에서 요양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는데, 광복절을 기점으로 ‘계속 이렇게 놀아 젖히다가는 다음 달 수입에 영향이 크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재차 일에 몰두했다.
요즘의 대표적인 내 특질 중 하나는 돈독이 올랐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닥치는 대로 다 손을 뻗어본다는 느낌이랄까. 몸과 마음이 허약해진 와중에 차오르는 통장 잔고는 금융 치료를 가능케 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일정을 쪼개서 최대한 많은 일을 하려고 한다. 한번 배고픈 경험을 해보니, 다시는 배곯고 싶지 않다고 발악하는 모양새 같다.
아! 최근에 또 새로운 분을 소개받았는데, 소개해 주신 분이 말하길 ‘진심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아서 웃음보가 터졌다. 정말, 이 나이쯤 되니까 다들 살아가는 게 무슨 전쟁통 한가운데서인 것 같다. 걱정 없이 인생을 즐기거나 별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 때때로 부럽다.
최근에도 누군가와 그런 얘길 나눴는데, ‘남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누가 내 돈 대신 벌어다주지도 않고, 나 대신 맛있는 걸 먹거나 잠을 자는 게 나 좋은 일도 아니라는 거다. 먼저 내가 잘 서 있어야 한다. 그게 선행돼야 일도 잘 풀리고, 좋은 인간관계도 유지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어느덧 전업 프리랜서가 된지 2주년을 맞이했다. 어쨌든, 2년이라는 세월을 홀몸으로 버텼다. 아마 앞으로도 가능한 일을 계속 늘리지 않을까. 그 와중에 소소하지만 재밌는 것들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잠 좀 부족한 거 말고는 나름대로 즐겁게 살고 있다. 역시 프리랜서의 시계는 잠 잘 시간도 줄여야 돌아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