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더 좋은 세상
이달에는 유독 ‘여유로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서적 안정감을 찾고 오랫동안 유지 중이라 그렇지 않나 싶다. 여전히 전쟁통같은 일상을 보내는 건 같지만, 쓸데없거나 당장 해결 안 되는 일을 걱정하는 빈도는 줄었다. 어차피 내가 아는 나는 그런 문제들을 멋지게 해결할 거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SNS 빈도를 줄이고 현실 세계에 몰입하는 것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SNS로 일감을 따오는 경우도 많아서 아예 접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SNS를 통해 내 일상에 대한 관심을 구걸하는 게 회의감을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다. 내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일감을 찾는 목적 이외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만큼, 누군가를 만날 때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이 늘어서 좋다.
이달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 중 하나로 ‘인문학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이걸로 밥 벌어 먹는 사람이니까 자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여러 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난립되는 위로·격려·힐링 관련 인문학 콘텐츠를 꼬집는 말이었다. 이같은 콘텐츠의 중독은 계속 자기에게 좋은 말이 되는 콘텐츠만을 찾아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무수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와중에, 개개인의 주도성이 떨어지는 요즘 시대의 문제가 아닐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행동으로 옮겨 쟁취해야 할 때다. 이는 원시 시대에서부터 이어진 인간이라는 생물의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웬만하면 환경 탓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머무는 환경이 문제라고 느껴진다면, 환경을 바꾸거나 옮기면 될 일 아니겠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더 잘 할 수 있는 곳. 스스로 이것들을 찾고, 정리하고, 내 환경에 차차 적용해보는 게 앞으로의 관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