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없었던, 하지만 최고였던 세비야

2024년 11월 15일(스페인 여행 2일)

by 신맛편

이번 여행은 준비 없이 떠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행지에 대한 지식은 유튜브 영상이 전부였고,
안달루시아와 바르셀로나를 가기로 한 것도
여행 일주일 전의 급한 가족회의 결과였다.

세비야에서의 첫 식사(빠에야)

세비야는 여행지라기보다는
그저 ‘기차 경유지’에 가까웠다.
평도 심심하다는 글이 많았기에
큰 기대도 없었다.

그러나 기적은 세비야에서 다시 시작됐다.

기차역에서 호텔로 향하는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내가 상상하던 ‘중세 스페인’ 그 자체였다.

세비야 대성당은 한눈에 봐도 압도적이었고
그 웅장함은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그리고 딸아이에게도 큰 기적이 생겼다.
호텔 방에 2층 침대가 있었던 것이다.

4살 때 자기 방을 처음 갖던 순간부터
아이의 꿈은 늘 2층 침대였다.
10살이 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던 그 바람이
단 하루지만 이뤄진 것이다.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도
한편으로는 위험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아이가
2층 침대를 오르내리는 모습은
기분 좋은 동시에 마음을 졸이게 했다.

세비야에서 처음 먹은 음식은 빠에야.
세비야 대성당을 바라보며 먹는 짭짤한 빠에야와 시원한 맥주는 여행의 고단함을 잊게 하고,

새로운 세상에 와있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여행이 고작 2일 차임에도
벌써 끝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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